ADVERTISEMENT

(10)제11회 아시안 게임 D-16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총27개 종목에 파견 선수단규모 7백명. 국제대회 출전사상 가장 많은 매머드선수단을 북경아시안게임에 출전시키는 한국은 종합2위 고수의 「장미 빛 희망」과는 달리 자칫 외화내빈한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할 우려도 없지 않다.
한국선수단이 잡고 있는 북경대회목표는 「금메달 65개, 종합2위」이며 현 전력상 이 같은 목표달성은 무난할 것이라는 게 체육계의 지배적인 분위기다. 체육부나 체육회는 이를 자신 있게 공언하고 있다.
금메달 65개는 86년 서울아시안게임 때의 93개보다 28개나 줄어 든 숫자다.
종목별로는 전통적인 강세종목이라 할 복싱(금6) 레슬링(금7) 유도(금4) 등 투기종목이 역시 메달박스로 큰 몫을 해줄게 틀림없고 양궁(금4) 사격(금7) 사이클(금4) 테니스(금4), 그리고 펜싱(금5) 등도 한국의 종합2위 달성에 한몫 거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홈팀 중국의 극심한 텃세, 「타도 한국」을 겨냥한 일본의 거센 도전, 86서울대회 때는 없었던 남북대결 등 여건은 비록 불리하나 한국은 전 종목에 걸쳐 비교적 고른 경기력을 갖췄다고 판단, 목표달성을 자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선수단에 불안요소도 적지 않다.
체육회가 지난달 확정한 최종엔트리에 따르면 선수단 7백명 중 선수가 총5백53명(남 3백36·여 2백17), 경기단체임원 97명, 본부임원 50명(아타셰 5명 포함) 등으로 짜여 있다.
이중 유독 눈길을 끌고있는 것은 임원(경기단체 및 본부임원)의 비대화. 전체선수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1%나 되며 선수총원을 기준 삼을 때는 무려 26·7%에 달한다.
국제대회 파견선수단구성의 경우 임원수는 대체로 선수총원의 15%안팎에서 조정되는 게 관례. 아시안게임은 따로 제한규정을 두고있지 않지만 올림픽 등 세계규모의 종합대회는 이 규정을 엄격히 적용, 사전통제하고 있다. 따라서 이 기준을 놓고 볼 때 한국선수단의 적정 임원수는 85명 선이며 북경대회 임원수 1백47명은 이를 70%나 초과하는 셈이다.
특히 본부임원의 기형적인 구성은 여전히 뒷말이 많다. 체육회는 당초 38명을 내정했으나 체육부 등 관계기관의 입김에 못 이겨 하나둘씩 추가 배정한 게 급기야 50명으로 불어나게 된 것. 종전과는 달리 남자감독이 복수선임 됐고 의무요원이 2명에서 7명으로 늘어났는가 하면 단장보좌역제가 신설되는 등 억지춘향식의 인사가 단행됨으로써 흡사 역피라미드형의 기형적인 모습을 지울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본부임원의 비대화는 한국보다 많은 7백22명을 파견하는 일본선수단의 본부임원수가 23명에 불과한 것과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발벗고 뛰어다녀야 할 실무자는 5∼6명에 불과하며 서로 이해를 달리하는 본부임원들간의 갈등으로 선수단 전체가 표류하지 않을까 하는 일부의 우려마저 자아내고 있다. 「약물파동」으로 인한 선수단의 사기저하도 빼놓을 수 없는 걱정거리다.
대회출전을 한달 앞두고 불어닥친 약물한파는 그 충격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는 딱한 실정이다.
한편 한국선수단은 임원들의 비합리적인 구성 외에도 전시효과만을 노린 듯한 종목출전에도 비판의 소리가 높다. 대표적으로 웃음거리가 되고있는 종목이 여자축구.
올 봄까지만 해도 국내에는 여자축구팀이 전무한 상대였다. 그러나 고위층의『육성하면 유망종목이 아니겠느냐』는 한마디에 체육부·체육회·축구협회가 허겁지겁 뛰어 팀을 급조, 끝내 출전을 강행하는 해프닝을 벌였던 것.
걸음마수준인 소프트 및 세팍타크로 등의 참가도 「너그러운 선심파견」이라는 지적.
가장 되새겨야할 한국선수단의 허상은 메달박스인 육상(금43)과 수영(금40) 등 기본종목의 외화내빈. 기껏해야 모두 6개 정도의 금메달을 목표로 하면서 대규모 선수가 참가해 예나 다름없이 또 중국·일본의 들러리 역할이 뻔하다.
이 두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는 모두 73명으로 전체선수(5백53명)의 13%나 차지한다. 그러나 목표한 금메달은 전체 금메달 목표 수(65개)에 단 9%밖에 지나지 않는 허망한 실력이다. <전종구 기자><시리즈 끝>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