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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요가락에 남북이 합창/평양손님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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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만찬ㆍ공연즐기며 따스한 동포애느껴/“남북한강이 합치듯”인사에/“서울­평양도 모두의것”화답
서울에서 사흘째를 맞은 북한대표단 일행은 6일부터 개별행동을 할 수 있을 만큼 벌써 서울에 친숙해진 모습이었다.
남북대표단을 포함,3백여명이 참석했던 5일 고건 서울시장 주최 호텔신라 만찬에서는 『남북한강이 하나로 어우러지듯 남과 북이 하나로 통일하자』는 만찬사에 『서울이 여러분만의 것이 아니듯 평양도 우리만의 것이 아니며 서울과 평양은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화답,참석자들은 열띤 박수로 공감했고 테이블마다 「남북대화」가 예정시간을 넘기며 두시간동안 꽃을 피웠다.
◇숙소=연형묵총리는 6일 오전8시쯤 식당에 도착,30분만에 식사를 마쳤으며 식사도중 『조간신문을 보니 우리의 주장을 대체로 잘 실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긴장이 풀리고 우리측 관계자들과도 안면이 있게되자 복도에서 마주칠때면 『밤새 안녕하셨습네까』라며 먼저 깍듯이 인사하기도 했다.
◇영화관람=남북대표들은 5일 오후9시30분부터 종합무역전시장에서 불교의 구도과정을 그린 극영화 『아제아제바라아제』를 관람했다.
이들은 이 영화가 빨치산을 아버지로 둔 남자주인공이 연좌제로인해 방황하는 모습까지 다루는 등 소재의 제약이 없는데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으며 대학가 시위장면이 나올때는 우리측 안내원들에게 질문하기도 했다.
◇만찬=이에앞서 북측대표단은 5일 오후7시 호텔신라 다이너스티룸에서 고건 서울시장이 주최한 만찬에 참석,대부분 비정치인들인 우리측 참석자들과 화기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잣죽ㆍ신선로 등 궁중요리를 들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남북대표단 전원과 사회 각계인사 등 모두 2백10명의 참석자들은 30여개의 테이블에 나누어 앉았으며 헤드테이블에는 강영훈국무총리ㆍ연형묵북한총리ㆍ고건 서울시장ㆍ홍성철통일원장관ㆍ김광진 인민무력부부부장ㆍ정호근합참의장ㆍ선우종원ㆍ정희경씨 등 8명이 자리를 잡았다.
고시장은 만찬사에서 『이번 만남이 서울과 평양의 교류를 다시 잇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관계가 진전될 경우 경평축구정기전ㆍ시장교환방문 등 각종 교류사업을 추진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연총리는 답사에서 『여러분이 사는 서울은 여러분만의 것일수 없으며 우리가 사는 평양도 우리의 것만이 아닌 민족공동의 소유』라면서 『서울과 평양을 더이상 먼곳으로 두지말고 당국자만이 아니라 민간인도 서로 다닐 수 있게 하자』고 말했다.
이날 만찬에 앞선 칵테일순서에서 강총리가 여성참석자들을 소개할때 김천주 주부클럽중앙회장이 『남한에서는 우리 여성들이 열심히 일해 이 만큼 발전시켰다』고 말하자 연총리는 『그래서 북조선에서는 여성이 역사의 두 수레바퀴중 한쪽을 움직인다는 말이 있다』고 응수,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날 만찬은 도라지타령ㆍ아리랑 등 민요가 낮게 연주되는 가운데 시종 따뜻한 분위기속에 진행됐다.
◇국악공연 관람=5일 오전2시40분부터 셰라톤워커힐호텔 가야금홀에서 예술공연을 관람했다.
이들은 리틀엔젤스무용단 소녀들이 인형처럼 재롱을 떨며 꼭두각시춤을 추자 폭소를 터뜨리며 박수를 보냈고 신고산타령ㆍ배따라기 등 서도민요를 간간이 따라부르며 흥겨워해 민족분단에도 불구하고 남북의 정서적 공감대가 변치않았음을 실감케 했다.
출연자들이 마지막 순서인 『손에 손잡고』를 합창할 때는 북측 기자들도 박수를 치며 우리측 관객들과 스스럼없이 하나가 됐다.
공연이 끝난뒤 연총리는 강총리에게 『내용이 좋았다』고 인사한 뒤 출연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감사의 뜻을 표시하며 공연장을 빠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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