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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혁명가극 보여주겠다”/남북총리 서울회담 사흘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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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 기록원 연 얘기 모두 녹음/극영화 감상묻자 “선정장면 많더라”/올림픽공원 만찬 “장소 바꾸자” 요청
○회의전 5분여 환담
▷2차 전체회의◁
○…「어떤 열매를 맺을까」라는 기대와 관심속에 6일 오전 열린 2차 전체회의는 8분정도의 인사말을 제외하고는 대체토론ㆍ양측 종결발언 등을 비공개속에 2시간정도 진행.
오전 9시59분 회담장인 호텔 2층 그랜드 셀러돈불룸에 강총리를 선두로 우리측 대표단이 입장.
강총리는 미리 자리에 앉아있던 북측 수행원 20여명을 향해 『잘들 쉬셨습니까』라고 인사했고 북측 인사들은 미소로 답례.
곧이어 연총리등 북측 대표 7인이 입장해 양측 대표들은 간밤 안부인사와 악수를 교환하며 사진기자들을 위해 웃는 얼굴로 포즈.
자리에 앉은 강총리와 연총리는 5일 북측 대표단이 관람했던 민속공연ㆍ극영화 『아제아제 바라아제』ㆍ가을날씨 등을 화제로 5분여동안 가볍게 환담.
▲강=일정은 급한데… 많이 보여드리려고 해서 괜히 짐이나 되지 않았습니까.
▲연=아닙니다. 귀측이 우리 대표단을 위해 베푼 선심에 감사합니다.
▲강=어제 민속공연과 영화를 보셨을 텐데 영화는 현대영화여서 괜찮았지만 국악은 조금 지루하지 않았습니까.
▲연=영화는 2시간정도 걸리더구만요. 우리도 요즈음 평양국제영화주간이어서 50여개국의 영화가 상영되고 있습니다. 여기 오기 전에 (제가) 개막식에 참석했었는데 돌아가면 폐막식에도 참석하게 됩니다.
국악을 보았으니 강선생이 평양에 오시면 우리도 무엇을 보여드릴까 생각중입니다. 3대(혁명) 가극중 하나를 보여드릴 것 같습니다.
▲강=요새 사물놀이같은 것은 신명나는 음악이어서 서양에서도 상당히 각광받고 있지요.
○정치적 사안들 거론
▷청와대 예방◁
○강영훈국무총리와 연형묵 북한정무원총리가 두차례 단독요담을 가진 데 이어 6일 오후 북측 대표단의 청와대 예방시에는 노태우대통령과 연형묵정무원총리간의 개별면담이 예정돼 있어 비상한 관심.
우리측의 한 회담관계자는 『북한대표단의 청와대 예방시 상황이 조성되면 노대통령과 연총리간의 개별면담을 같도록 계획돼 있다』고 노대통령­연총리간 개별면담 사실을 시인.
북측 방문단의 청와대 예방은 오후 4시부터 5시30분까지 약 1시간30분동안으로 예정돼 있는데 이 자리에서 노대통령은 우리측이 1차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제시한 「남북 관계개선을 위한 기본합의서」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게 될 것이라고 우리측 관계자가 전언.
그러나 연총리가 노대통령을 단독으로 면담할 때는 김일성주석이 노대통령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나 친서가 아닌 구두메시지일 것이라는 것이 현재로선 유력한 관측.
이 자리에서는 또 체제인정 문제등을 포함한 고도의 정치적인 사안들이 깊숙히 거론될 것이라고 회담관계자들은 전망.
당초 이날 청와대면담은 우리측에서 노대통령과 연총리간의 비밀 단독면담을 요청했으나 북측에서 『그럴 경우 청와대에 갈 수 없다』고 거부,면담자리에 강총리가 참석하고 양측에서 한명씩 배석하는 형태의 개별면담으로 낙착됐다는 후문.
한편 연총리의 옆에는 항상 기록원 한명이 따라다니며 연총리가 강총리등 우리측 인사들과 개별적으로 이야기할 때마다 녹음기를 들이대거나 대화내용을 엿들여 「비밀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을 방해.
○날씨 이유 들어 변경
▷6일 만찬◁
○…북측 방문단을 위한 마지막 만찬이 당초 예정장소인 잠실올림픽공원 수변무대에서 롯데월드 3층 크리스틀볼룸으로 변경.
남북대화사무국측은 『박준규국회의장 주최 만찬장소가 우천으로 인해 올림픽공원 수변무대에서 실내인 롯데월드 3층 크리스틀볼룸으로 변경됐다』면서 『대신 북측 방문단은 이날 오후 6시30분부터 약 20분동안 올림픽공원을 산책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
만찬장소의 급작스런 변경에 대해 우리측의 한 관계자는 『북측 방문단이 세계에 명성을 떨친 서울올림픽의 개최현장에서 저녁을 먹는 것이 걸렸던 모양』이라고 해석했는데 북측은 최봉춘책임연락관을 통해 5일 저녁 장소변경을 우리측에 요구해왔다는 후문.
한편 북측은 6일 오전 최연락관을 통해 북측 기자 20명씩을 동아일보와 한겨레신문을 방문케 해달라고 요구해와 우리측에서 이를 수락.
한편 오전회의를 끝낸 북측 대표단은 호텔에 남아 점심식사를 한 뒤 이날 오후로 예정된 청와대 예방 준비에 들어갔으나 수행원과 기자단은 삼원가든에서 갈비와 냉면으로 식사를 한 뒤 오후 2시30분부터 2시간동안 중앙박물관을 관람.
○귀익은 가락에 반색
▷민속공연ㆍ영화감상◁
○…남북 고위회담 대표단은 5일 오후 2시45분부터 1시간30분가량 워커힐호텔 가야금홀에서 민속음악등 우리측 공연을 감상.
강영훈총리와 연형묵총리가 나란히 입장해 자리를 잡자 연주단은 외국인의 귀빈이 왔을 때 연주하는 아악 『장춘불노지곡』을 시작으로 『학ㆍ연화대ㆍ처용무 합설』 『꼭두각시춤』 가야금 병창 『제비노정가』 등을 짤막짤막하게 변화를 주어 연주해 국악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진행.
또 함경도민요 『신고산타령』,황해도민요 『황성옛터』가 이어지자 북측 대표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귀에 익은 곡조에 반색.
서울올림픽 주제가인 『손에 손잡고』 합창때 불꽃을 쏘는 등 전출연진이 손을 흔들며 대미를 장식하자 연총리등은 기립박수를 친 뒤 손을 흔들며 퇴장.
한편 이날 가야금홀에는 자리배치표를 한글이 아닌 알파벳으로 표기,북측 수행원ㆍ기자들이 자리를 찾느라 잠시 혼란을 겪었고 테이블에는 생수 한잔씩만 마련.
북측 기자들은 『전통적인 음악들이라 반가웠지만 끝에는 통일을 기리는 노래를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촌평
○강수연양 알고 있다
○…연형묵총리 등 북측 대표단은 강영훈총리를 제외한 우리측 대표단과 함께 종합무역전시관 4층 국제회의실에서 4일 문화영화 『우리의 보배』를 관람한 데 이어 5일 저녁엔 극영화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감상.
북측 대표단은 개인의 정신적 해탈과 중생구제 사이에서 불교 구도의 길을 모색하는 이 영화가 『생소하다』고 말하면서도 주인공이 『조국통일은 신라가 처음으로 외세를 불러들여 동족을 살상한 것』 『동학농민군이 일본군에 패배했다』는 등 반제사상을 말하고 베트남 참전을 죄악시하는 상황 설정,광주사태때 임신부의 피살,빨치산과 연좌제,대학시위와 보안법 폐지주장 등에 관해 제약없이 주제로 다뤄지고 있는 데 대해 놀라워하며 전날 많은 사람이 존 것과는 대조적으로 열심히 관람.
정부가 이런 영화를 보여줬다는 데 다소 당황 한듯 북측 기자들은 감상을 묻자 『선정적인 장면이 많더라』며 답변을 돌렸고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강수연양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예쁘더군』이라고만 언급.
한편 연총리는 4일 밤 관람한 『우리의 보배』가 『내용이 좋다』며 VTR 녹화테이프를 요청,우리측이 녹화테이프 60개를 전달.
○평양과도 교류기대
▷서울시장 주최 만찬◁
○…고건서울시장이 주최한 5일 만찬에는 연형묵총리 등 북측 대표단과 강영훈총리를 비롯한 우리측 초청인사 등 모두 2백여명이 참석,초청인사로는 박영석 국사편찬위원장ㆍ조병화 문인협회회장ㆍ정광모소비자협의회장ㆍ김상준서울시교육감 등이 참석.
○…고시장은 이날 만찬사에서 『숭례문이 오늘 저녁 신행길 잔칫집처럼 불을 훤히 밝히고 기쁨에 설레면서 여러분을 맞이하고 서있다』고 따뜻한 환영의 뜻을 표시
고시장은 『서울은 세계의 유수한 도시들과 자매결연을 하고 있으나 정작 가깝고 가까워야 할 평양과는 교류가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해왔다』면서 『이번의 만남이 서울과 평양을 다시 잇는 역사의 큰 장을 열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피력.
답사에 나선 연총리는 『핏줄도 말도 얼굴 생김새도 같은 한민족끼리 모여 앉아 이야기를 하니 통일에 대한 열망이 더욱 뜨거워진다』면서 『서로 달라진 제도와 사상에 앞서 생겨난 민족의 넋과 혈육의 정이 살아 있는 한 조국은 하나』라고 강조.
○워커힐 왕복때 동승
▷총리 단독요담◁
○…우리측은 이번 회담을 통해 실질적인 결실을 보기 위해 총리간의 단독회담을 어떻게 해서라도 가능한 한 많이 갖도록 하기 위해 전력하는 모습.
우리측은 북측 방문단 서울체류 첫날인 4일 밤 강총리 주최 만찬에 앞서 약 13분동안의 강­연총리 별도요담을 가까스로 성사시킨 데 이어 5일에도 예술공연 관람을 위한 인터컨티넨탈호텔∼워커힐호텔 왕복구간중 강총리가 연총리 승용차에 동승,차중 밀담을 갖도록 하는 등 배석자 없는 단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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