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세근특파원,이라크 「인민군 훈련소」 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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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사담찬가」속 하루 10시간 강훈/소년서 노인까지 지역별 동원/사격ㆍ제식훈련… 소총가진 사람 25%정도/민병대도 75만명… 이라크는 「거대한 병영」
이라크에는 공식적인 정규군 이외에도 민병대란 특수한 조직이 결성돼 있다.
민병대는 정규군에 대한 대항ㆍ견제세력으로 주로 정규군에 의한 쿠데타음모분쇄를 목적으로 70년대말 결성됐다.
80년 이란과의 전쟁전에는 7만5천명에 불과했으나 전쟁을 치르면서 75만명으로 팽창,정규군에 버금가는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쿠웨이트 침공을 주도한 것은 정규군이었으나 그후 쿠웨이트에서 질서와 치안유지를 담당하고 있는 것은 민병대임을 고려할 때 민병대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가를 쉽게 짐작 할 수 있다.
최근 이라크는 민병대외에도 소위 「포퓰러 아미」(인민군)라는 새로운 군사조직의 결성을 서두르고 있다. 인민군은 우리나라 예비군과 비슷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지역단위로 주민들을 동원,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군사훈련을 시켜 이들을 전투병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어 놓고 있다.
모두 지원병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는 이들 인민군들에게는 각기 소총을 지급,훈련이 끝나고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도 사격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토록 하고 있다.
인민군의 훈련기간은 3개월. 3주간의 기본군사훈련을 마친 뒤 점차 강도높은 훈련을 실시,이들이 정규군에 필적할 만한 전투수행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훈련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2일 이라크공보부의 안내로 방문한 알 아즈미야훈련소와 바그다드 칼리지에는 10대의 앳된 소년에서부터 60대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뒤섞여 군사훈련을 받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소련제 AK소총을 들고 훈련을 받고 있는 이들은 매우 열성적으로 훈련에 참가하고 있었다.
노인들이 소총을 들고 제식훈련을 받는 장면은 안쓰럽다 못해 처량한 느낌마저 들었다.
젊은 교관의 구령에 맞춰 오른쪽 어깨에 총을 얹어놓고 「우향우」「좌향좌」「받들어총」 등 훈련을 받고 있는 훈련병들의 모습은 매우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군가나 구호를 제창할때는 매우 열성적으로 손을 흔들며 전의를 불태우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훈련병의 4분의 1정도만이 소총을 지급받고 있을 뿐이어서 이들 모두에게 총기를 지급했다는 안내장교의 설명은 믿음이 가지 않았다.
오오 사담,우리의 승리자여. 오오 사담,우리의 사랑이여. 당신은 국가의 여명을 두 눈 가득 담고 있는. 오오 사담,모든 선이시여. 알라여 알라여 우리는 행복합니다. 사담이 우리의 앞날을 비춰줄 것이기에….』
우렁찬 사담찬가속에 훈련을 받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서 집권바트당의 치밀한 조직력과 동원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지난 68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바트사회주의자당(아랍부흥사회당)은 현재 이라크 전체성인인구의 약 30%인 2백여만명의 당원을 확보하고 있다.
피라미드형 수직조직체계에 규율과 비밀주의 등을 특징으로 하고 있는 바트당은 치밀한 조직력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조직원들의 감시ㆍ동원이 용이하다.
현재 바트당원은 행정부ㆍ교육계ㆍ군부 등에 깊숙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국가내 국가」를 이루고 있는 바트당은 자체연수시설(준비학교)을 갖추고 당원들에게 바티즘의 이념과 강제ㆍ정치 등을 가르치고 있다.
바트당은 정부조직과 똑같은 관료체계를 구성,정부의 작업을 모니터하거나 정부행정의 효율성과 충성도를 감시한다.
각종 학교와 군사시설에서 실시되고 있는 국민군훈련으로 지금 이라크는 나라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병영」이라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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