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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총리 “이렇게 쉽게 오는 걸…”/북한총리 서울에 오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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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강 “비슷한 때 취임 전생에 인연”/연 “TV에서 여러번 본 적 있다”/남북 인사/신분증 확인하고 즉석통과/북 대표 “윤화 보도안했으면… ”
▷판문점 도착◁
○…역사적인 남북 고위급회담을 위해 연형묵정무원총리등 북측 대표단 7명과 수행원 33명ㆍ기자단 50명 등 일행 90명이 4일 오전 10시 판문점의 우리측 지역으로 넘어왔다.
이날 연총리등 북측 대표단 7명은 우리측이 보낸 그랜저 승용차 10대에 분승,10시5분 판문점 우리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 도착.
연총리는 고동색 싱글에 파란 넥타이를 매고 다소 굳은 표정으로 우리측 홍성철차석대표의 영접을 받고 평화의 집 안으로 입장.
○…이날 오전 10시 정각 기자단 50명을 선두로 수행원 33명과 북측 대표 7명이 차례로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통과,자유의 집 계단을 거쳐 평화의 집 현관앞에 도착하자 대기하고 있던 홍성철통일원장관 등 우리측 대표단이 『오시느라 수고많았습니다』 『고생 많았지요』등의 인사말을 교환하며 박수로 환영.
북측 기자들은 김찬일(로동신문)단장을 선두로 삼삼오오 짝을 지어 중립국감독위 회의실을 통과,기자단및 수행원들은 「위 동지의 신분을 증명함」이라는 말이 든 연총리 명의의 신분증을 제시했고 우리측 영접요원들은 북측이 사전에 통보한 명단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일일이 대조.
김단장은 『이번 회담이 잘 될 것이며 잘 돼야 된다』면서 『그동안 지난 85년 제10차 남북 적십자회담 본회담을 비롯,여러차례 내려왔기에 특별한 감흥은 없다』고 피력.
김단장은 『이번 회담이 남북간의 분단의 고리를 풀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시종 밝은 표정.
북측 기자들은 한결같이 『전대협과 전민련이 임진각까지 환영나오는가』라고 우리측 기자들에게 물은 뒤 『잘 모르겠다』는 반응에 『오늘 아침 방송을 통해 들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리는 모습.
○…판문점을 통과,우리측 평화의 집에 도착한 연총리등 북측 대표단 7명은 서울로 출발하기에 앞서 잠시 다과를 나누며 환담.
연총리는 홍 차석대표에게 『먼 데까지 마중나와서 고맙다』며 『큰 대회를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덕담.
그는 『서울에 처음 온 것이냐』는 홍대표의 물음에 『그전에 한번도 와본 적이 없어 이번이 처음』이라며 감회어린 표정.
연총리와 홍대표는 이후 북에 있는 홍대표의 누이를 화제로 얘기를 나누면서 연총리가 『다음에 올 때는 내가 누이소식을 알아오겠다』고 위로하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
연총리는 이번 회담의 전망과 관련,『45년동안 넘어서지 못한 곳을 오늘 넘어와 보니 쉽게 넘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회담에 대해 자못 희망적인 견해를 피력.
○…북측 대표단은 접견실을 나와 평화의 집 정문 계단에서 안병수 조평통서기국장이 5분여에 걸쳐 도착성명을 발표한 뒤 연형묵총리를 선두로 김광진 인민무력부부부장,백남준 정무원참사실장 순으로 승용차에 탑승.
홍성철통일원장관의 안내를 받아 연총리는 그랜저 V6(서울2도 7650)에 탑승했으며 연총리는 도착당시의 굳은 표정과는 달리 시종 여유를 잃지 않고 미소를 짓는가 하면 사진기자들의 요청에 포즈를 취해주는 모습.
▷호텔도착◁
○…남북 총리간의 역사적인 만남은 이날 낮 12시6분 인터컨티넨탈호텔 로비에서 이루어졌다.
연총리등 북측 대표단 일행이 호텔 정문에 도착한 것은 12시5분.
플래시가 터지는 가운데 차에서 내린 연총리는 홍성철통일원장관의 안내로 정문으로 들어갔고,12시2분부터 정문에서 10여m 떨어진 로비에서 대기중인 강영훈총리는 연총리쪽으로 걸어가 반갑게 악수를 나누었다.
연총리는 미소를 띠면서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를 했고 강총리는 『반갑습니다』라고 화답.
연총리 일행을 영접한 강총리는 우리측 대표단과 함께 북측 대표단을 연총리 숙소인 3229호실로 안내한 뒤 연총리 숙소에 마련된 접견실에서 10분동안 환담.
남북 총리는 『악수 좀 나눠주시지요』라는 사진기자들의 요구가 있자 『또』라는 말을 약속이나 한듯 동시에 연발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접견실안은 한때 웃음.
남북 보도진들에 대한 포즈를 취한 뒤 홍성철통일원장관이 『우리측 대표들은 판문점에서 모두 소개해드렸으니 북측 대표단을 강총리께 소개해달라』고 요구하자 연총리는 이름없이 직책만 호칭하며 북측 대표단을 일일이 소개.
인사가 끝나자 연총리는 『TV에서 여러번 뵌 것 같다』고 강총리에게 말을 건넸고 이에대해 강총리는 『연총리와는 전생에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 같다』 『우리 모두 비슷한 시기(88년말)에 총리가 됐고 총리가 된 직후 북측에서 부총리회담을 요구해왔으며 우리측에서 총리회담으로 하자고 수정제의하자 이를 수락하지 않았느냐』고 응답.
강총리의 전생연분론에 연총리는 『동감이다』고 짤막하게 답한 뒤 『그러나 강총리와는 2년여동안 편지를 주고받지 않았느냐』고 해 양측 대표단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고 강총리는 『쓸 때마다 간절한 마음으로 썼다』고 응수.
연총리는 이어 『이런 큰 회담을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지요』라고 회담준비를 맡은 우리측의 노고를 위로했고 강총리는 『피차 마찬가지지요. 승강기내에서 얘기드렸지만 지금까지 비가 내리다 연총리께서 도착하니 날씨가 쾌청해지는 걸로 보아 연총기가 복이 많은 모양』이라며 『날씨도 쾌청하니 회담도 잘 될 것』이라며 화제를 회담쪽으로 유도.
회담얘기가 나오자 연총리는 『내가 복을 갖고 서울에 왔다니 기쁘다』면서 『남북회담이 여러차례 있었지만 그렇게 잘 되지는 못했다』고 지적한 뒤 『그러나 이번 회담전망은 유망할 것』이라며 역시 낙관적 견해를 피력.
연총리는 또 『서울로 들어오는 도중 연도에 많은 시민들이 손을 흔들며 환호하는데 그 사람들을 봐서라도 회담이 잘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
북측 대표단의 입경얘기가 나오자 홍성철통일원장관은 『연총리께서 여러번 우리 신문에 보도돼 시민들이 연총리를 알아보는 것 같더라』고 했고 이에 연총리는 『아』 『신문에 여러번 났습니까』라고 반문.
이때 강총리가 『나보다 더 많이 난 것 같더라』고 응수하자 양측 대표단및 배석자들은 모두 폭소.
○…연형묵총리가 묵을 인터컨티넨탈호텔 32층 29호실은 킹더블베드를 갖춘 침실과 10여명이 앉을 수 있는 접견실ㆍ식당및 대리석으로 된 욕조를 갖춘 로열 스위트룸.
객실 입구에는 계간 미술에서 발행한 『한국의 미』 전집 24권이 비치돼 있고 국산양주와 법주ㆍ문배주ㆍ매취주 등 우리 고유의 민속주를 갖춘 홈바(BAR)와 오렌지ㆍ토마토ㆍ파인애플주스 및 코피ㆍ홍차를 갖춘 음료수대도 비치.
접견실과 식당 중간에는 호텔ㆍ시내로 통하는 전화와 함께 평양이 곧바로 나오는 남북 직통전화가 비치.
○…북측 대표단의 안병수대변인(조평통 서기국장)은 낮 12시50분 우리측 기자실에서 회견을 갖고 도착성명을 발표.
군복차림의 김영철대표와 최우진대표등이 배석한 가운데 열린 회견에서 안대변인은 미리 준비한 성명서를 읽어나갔는데 문익환목사등 방북인사들의 가족과 친척을 방문하겠다는 대목에서 목청을 가다듬기도 했다.
안대변인의 성명은 『나라의 통일은 어느 일방의 노력이나 당국의 힘만으로 할 수 없고 온겨레가 사상과 신앙의 차이,재산의 유무와 소속의 여하에 관계없이 서로 힘을 합치고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하는 등 원론적인 내용에다 「하고 싶은 얘기」를 가미했다는 평.
○…북측 대표단은 강총리의 연총리 예방이 끝난 뒤 차량접촉사고로 약간 부상한 것을 확인하려는 듯 김영철 인민무력부부국장이 김정우의 입을 들여다 보며 부상정도를 확인.
북측 대표단은 우리측 대표단들이 몹시 걱정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괜찮으냐』고 묻자 『아무일도 없다』며 애써 태연한 모습.
우리측 대표단은 북측 대표단에 『긴급히 의사를 수배해 보내드리겠다』고 약속
○…북측 대표단 「막후 실력자」로 알려진 림춘길 북측 총리책임보좌관은 호텔에 도착해서도 북측 대변인 성명을 지시하는 등 실질적인 총괄지휘업무를 맡아 실력을 과시.
림은 특히 호텔내에서 마주친 우리측 기자들이 입경도중 일어난 차량접촉사고의 피해정도를 묻자 『그런 것은 보도하면 안된다』 『기왕이면 좋은 내용을 보도해야 되지 않겠느냐』며 오히려 보도 자제를 우리측에 주문.
림춘길은 또 『남조선 기자들이 이런 사소한 실수를 과장보도하면 회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느냐』며 『아무것도 아닌 일이 보도돼 모두에게 걱정을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며 이번 회담이 차량접촉사고로 인해 초반부터 분위기가 이상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눈치.
▷북측 기자활동◁
○…북측 기자들은 공식적인 회담취재 외에 문익환목사ㆍ임수경양 등 방북인사와 전민련등 재야에 대한 취재에 1차적인 우선순위를 강조.
「로동신문」에서 사회ㆍ문화방면 기사를 주로 쓴다는 리광진기자(45)는 『범민족대회때 북에 오고 싶었는데도 오지 못했던 전민련 사람들과 전대협 학생들을 만나고 싶다』고 피력.
리 기자는 『북에서뿐만 아니라 13차 세계학생축전(평양)에 참가했던 세계학생들도 임양과 문목사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특히 『이들이 병 때문에 고생한다는데 감옥으로라도 찾아가 인터뷰하고 싶다』고 언급.
북측 기자들은 모두 기자라고 쓰인 녹색완장과 김일성의 초상이 그려지 배지를 하고 있었고 대부분 남쪽에 서너번씩 와본 경험이 있는 듯 서울의 동네 명칭과 남측 기자들의 이름을 쉽게 호칭하기도.
북측 기자단의 또다른 특징은 대부분 50대를 넘겨 남쪽같으면 부장급 이상들이 평기자로 내려왔다는 것인데 『젊은 기자들은 없느냐』는 질문에 『갸네들이야 뭘 알갔습니까』하고 답변하기도.<특별취재반>
□남북 총리회담 일정(예정)
일시 내용 장소
4일 10:00∼ 도착회견 판문점
12:00∼ 남북총리 만남 인터컨티넨탈호텔
12:30∼14:00 점심 인터컨티넨탈식당
15:00∼16:00 실무회담 인터컨티넨탈호텔
19:00∼20:30 국무총리 만찬 힐튼호텔
21:00∼21:30 문화영화 관람 KOEX 국제회의장
5일 10:00∼12:00 1차회담 인터컨티넨탈호텔
12:30∼14:00 점심 인터컨티넨탈 식당
15:00∼17:00 공연관람 워커힐호텔
19:00∼20:30 서울시장 만찬 호텔신라
21:00∼21:30 문화영화 관람 KOEX 국제회의장
6일 10:00∼12:00 2차회담 인터컨티넨탈호텔
12:30∼14:00 특별오찬 삼원가든(대표제외)
14:00∼16:30 서울관광 중앙박물관(대표제외)
16:00∼17:00 노대통령 예방 청와대
18:30∼19:00 산책 올림픽공원
19:00∼20:30 국회의장 만찬 올림픽공원(수변무대)
7일 08:30∼09:00 서울출발 인터컨티넨탈호텔
11:00 귀환 판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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