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펀드매니저들의 이머징마켓 펀드 투자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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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북핵 실험 이후 위험회피 차원에서 해외펀드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분석에 따르면 9월말 현재 국내에서 판매된 역외펀드 9조3153억원 가운데 중국과 인도·동유럽 같은 이머징마켓 비중이 56%로 절반을 넘어섰다. 세계적 펀드매니저들의 이머징마켓 해외펀드 공략법을 들어봤다.

◆얼라이언스번스틴 매튜 블럼 전무=얼라이언스번스틴 미 뉴욕 본사에서 만난 블럼 전무는 "이머징마켓의 '대박'환상을 깨라"며 대뜸 퀴즈 하나를 냈다.

"100만 달러를 최고.최저 수익률이 각각 플러스 마이너스 50%인 시장과 각각 플러스 마이너스 10%인 시장에 투자한다면 어느 시장이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까."

답은 후자다. 예컨대 한해 50% 수익률을 올려 150만 달러가 됐다고 쳐도 그 다음해에 50%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면 내 손에 남는 돈은 75만 달러에 불과하다. 이렇게 등락을 세 번만 반복하면 원금은 84만3750 달러로 쪼그라드다. 반면 변동성이 10%인 시장에서 같은 기간 같은 방식으로 수익이 났다면 107만8110 달러가 된다. 아무리 큰 폭으로 급등한다고 해도 단기간에 급등락을 반복한다면 원금도 지키기 어려운 반면, 변동성이 작으면 장기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블럼 전무는 이를 "변동성의 함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변동성을 고려하지 않고 항상 최고 수익률의 허상만 쫓아서 투자하기 때문"이라며 "글로벌한 시각에서 변동성이 서로 다른 시장에 골고루 투자해 위험을 줄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변동성을 적이 아닌 친구로 만들라"며 그 방법으로 '분산투자'를 꼽았다. 그는 "투자는 도박이 아닌 만큼 하나에 다 거는 건 미친 짓"이라고 강조했다. 아무리 중국.인도의 성장성을 확신한다 해도 '몰빵'은 안 된다는 얘기다.


◆BNP파리바 클로드 티라마니 펀드 매니저=12년째 중국 관련 펀드인 '파베스트 차이나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티라마니는 "이머징마켓 가운데서도 특히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시장을 찾는 눈"을 강조했다.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아가는 과정에서 수익이 나는 것이니만큼 과거 수익률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저평가돼 있는 시장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기울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해는 같은 브릭스 내에서도 인도의 성과가 좋고 중국은 기대에 못미쳤지만 이런 추세가 계속되기보다는 오히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중국시장에 더 큰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두자리대의 높은 GDP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중국 증시 투자 수익률을 좋지 않았다"면서도 "중국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2.7배로 여전히 선진국 증시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데다 민간 비중이 늘어나는 기업의 수익성도 좋아지고 있어 대외지표와 증시와의 괴리가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갖고 있는 데다 정유사들의 이익도 높다는 점, 브라질은 브릭스 가운데 가장 저평가됐다는 점을 들어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지난해 높은 수익률을 올렸던 인도 시장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브릭스 중에서 인도는 상대적으로 고평가돼 있다"며 "인도에서 장기적으로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건 아니지만 투자자들에겐 더 나은 선택이 있다"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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