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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스타사인 수집열기 "몸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스포츠 스타들의 자필서명을 상품화, 돈벌이에 이용하려는 사이비(?)팬들의 광적인 사인 수집 열기로 미국스포츠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사인첩·야구공·신발·의류, 심지어 지폐에 이르기까지 온갖 것에 받아내는 스타들의 자필서명은 과거 추억과 꿈을 간직해주는 기념품에서 이제 돈벌이가 되는 상품으로 전락, 매매를 위해 수집되고 있다.
프로농구스타 마이클 조던이 올스타 게임 출전시 입었던 사인이 새겨진 셔츠가 6천4백달러, 농구화가 1천6백달러에 팔린 것을 비롯, 「텍사스 특급열차」로 유명한 강속구 투수 놀런 라이언과 야구·미식축구 모두에 능한 보 잭슨의 사인이 각각 49.95달러에 날개 돋친 듯 거래되고 있다.
또 왕년의 야구스타 베이브루스의 사인은 2천 달러, 루스보다 위조품이 더 많이 나도는 루 게릭의 사인은 3천6백25달러를 호가하고 있다.
이처럼 사인획득=돈벌이의 등식이 성립되면서 수집의 주인공들도 어린 꼬마에서 나이든 어른들로 확대추세에 있다.
또 사인획득도 이제는 다른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얻어내는 싸움과 같아져 사인사냥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이에 따라 유명선수들이 경기장 주변에서 사인공세에 시달리는 것은 차지하고 레스토랑에서 식사도중 테이블 밑으로부터 사인지를 치켜드는 극성 팬들을 대하게 되는 것도 이제는 예삿일이 되고 막았다.
지난 7월 전 영 오픈골프대회에 참가한「스페인의 별」바에스트로스는 경기 내내 쫓아다니며 사인을 요구하는 팬들로 경기중인지 사인 중인지를 분간 못했을 정도.
사인사냥꾼들이 가장 즐겨 쓰는 방법은 스타들이 묵고 있는 호텔에 침입해 선수들과 엘리베이터에 동승, 다른 사인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사인을 얻어내는 것.
이 때문에 새벽2∼3시의 깊은 밤에도 집에 돌아가지 않은 10세 정도의 꼬마들이 호텔라운지를 서성이는 모습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89프로야구 올스타 선수들의 사인을 얻으려던 한 극성 팬은 경호원의 제지로 엘리베이터 이용이 막히자 비상화재 벨을 눌러 선수들이 뛰쳐나오게 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같은 광적인 팬들의 사인수집 열기는 최근 유망사업으로까지 성장한 사인전문 잡지사 등으로 더욱 부추겨지고 있다는 것이 근작 스포츠 일레스트레이티드지의 보도.
이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국에서는 6개의 사인 전문 잡지사가 새로 생겨났다.
스포츠 컬렉터 다이제스트라는 잡지는 사인의 희귀여부를 명시, 사인가격을 간접적으로 암시해주고 있다.
또 스포츠 어드레스 북은 스타들의 주소와 접촉방법 등을 상세히 밝혀 사인 사냥꾼들의 의욕을 한층 부채질하고 있는 실정.
전국적으로 퍼져있는 벼룩시장에서는 끊임없이 매매가 이루어지며 최근에는 동전·우표수집가들마저 가세, 시장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는 추세다.
한편 광적인 사인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스타들은 자칫 사인을 거절했다가는 상스러운 욕설을 얻어먹기 일쑤이고 인기하락마저 우려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팬들의 사인요구에 응하고 있는 상태.
88프로야구 월드시리즈 MVP인 LA다저스팀의 오렐 허시서는 하루평균 1백통씩 밀려드는 사인요구 편지에 응답하기 위해 6개월간 대리사인 비서를 특별 고용하기도 했다.
또 사인을 좀처럼 안 하기로 유명한 프로농구스타 래리 버드도 산사태 같은 사인요구 편지 때문에 익명의 사인전문가를 두고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미국사회의 사인수집 광기는 스포츠의 매력을 철저하게 돈벌이나 상품선전에 이용해온 미국스포츠 상업주의가 빚은 또 하나의 병적인 현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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