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더니즘"예술과 사회영역 구분 않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문학·미술·음악·무용·영화 등 우리나라 예술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포스트 모던 양상을 동일공간에서 펼쳐 보이는 포스트모더니즘 페스티벌이 30일까지「후·후예술 운동회」주최로 서울 동숭동 소나무 갤러리에서 열리고있다.
서구에서는 5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80년대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나타난 이 조류가 우리 문화계를 상당부분 지배한다고 믿는 젊은 예술인들이 벌이는 이번 행사는 시 낭송 퍼포먼스·전자음악연주회·포스트 모던댄스 공연·포스트모던영화 상영 등과 세미나로 이뤄져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정의 및 각 예술장르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 사조의 경향에 대한 세미나 발표예정(29일) 논문9편중 4편을 정리, 소개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의 문화논리(이승훈 한양대 교수)=세계적으로는 다국적 자본주의가 나타나는 50년대 이후를 포스트 모더니즘시대라고 볼 수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과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입장, 모더니즘과의 단절을 강조하는 입장, 모더니즘과의 절충을 강조하는 입장 등으로 나뉘어 주장돼 왔다.
이 사조의 문화형식이 보여주는 두드러진 특징은 문화현상이 사회·경제적 현실과의 변별 성(변별성)을 상실한 점에 있다.
이 시대에 우리가 체험하는 것은 문화의 거대한 확장 현상이다. 사회·경제적 현상과 변별되는 별개의 문화현상이 아니라 일체의 사회현상이 문화현상과 동일시되고 이 같은 문화현상은 사회·경제적 가치와 동일시되는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에는 예술영역과 사회영역이 구분되지 않는다.
◇우리 시에 나타난 포스트 모던양상(권택영 경희대 교수)=이 사조는 실체의 존재에 의문을 나타내는 존재론적 입장에 선다.
그러나 본질에 대한 회의에서 출발하는 이 사조는 실존을 통해 본질에 이르고자 희망해 그 자체로서 소외요, 부조리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시에 나타난 포스트 모던 양상은 초기의 형식이 환상과 실체사이의 경계가 무너짐을 보여주고 후기 일상의 시들은 환상이 일상의 일부로 종속됨을 보여준다.
리얼리즘을 파괴한 모더니즘, 이제 그 모더니즘에 반발했던 포스트모더니즘은 환상을 담은 사실주의의 옷을 입고 20세기말을 맞고있는 것이다.
황지우·박남철·이성복 등의 80년대 초 전통시형을 해체한 실험시들은 극도로 긴장된 정치적 억압시절에 해체된 시 형식이 지니는 틈새로 독자의 참여를 유발시키고 억압의 시대를 거슬러 가는 전략이 배 있다고 보여진다.
◇현 단계 미술과 포스트모더니즘 논의의 검증(이준·미술평론가)=모더니즘과 리얼리즘으로 대립되던 비평적 양상은 80년대 중반에 이르러 모더니즘·포스트모더니즘·리얼리즘 논의로 재편되고 있다.
88년「모더니즘 이후전」, 89년 미술평론가협회가 기획한「포스트모던에 있어서의 물질과 정신전」,「메타복스」「난지도」「현상」그룹전 등은 탈 모던을 표방하지만 아직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들의 작업은 전통적 회화·조각매체의 고정관념을 파기, 평면에서 입체로, 또는 설치미술로의 이행이나 탈 장르화 현상, 산업사회의 다양한 오브제나 도시적·일상적 이미지를 차용하는 특징을 갖는다.
그러나 이 작업들은 탈 모던·반 모던의 적극적 해체작업인 동시에 모더니즘의 제도화·타성화에 대한 강력한 이의제기정도로 여겨질 뿐이다.
◇포스트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던댄스의 양태(김태원·무용평론가)=포스트모던댄스라는 용어가 춤 계에 등장한 것은 80년대에 이르러서다.
이 시대 이후 이 양식과 관련된 일부 춤 현상은 있었으나 아직 포스트 모던댄스라고 선택할 만한 것은 없는 상태다.
그러나 80년대에 나타난 ▲춤·극의 혼합 춤 형식 ▲유희·즉흥·풍자의 춤 형식 ▲전통과의 교합과 대립의 춤 형식 ▲명상의 춤 형식 ▲성의 과시와 대중성지향의 춤 형식 ▲지역적 서정주의 춤 등은 일부 이 사조를 반영한다고도 할 수 있다. <김우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