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김용순 비서] 北 대남통…김정일 신임 두터워

중앙일보

입력

지난 26일 사망한 김용순 북한 노동당 대남 담당 비서는 북한의 대표적 서방통에서 대남통으로 변신한 인물이다.

사망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온 그의 당료 생활 궤적은 곧 북한의 최근 대외관계 무게 중심이 어디에 쏠려 있는지를 잘 나타내 준다.

특히 金비서는 대남 비서 재직 기간 중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당 통일전선부장을 겸임하며 대남 사업을 총괄해 왔다.

김대중(DJ)정부 때는 현대 측과 남북 경협 사업을,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과는 남북 관계를 동시에 협의해 온 북측 파이프라인이었다.

대남통으로서의 그의 위상은 2000년 6월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金전대통령과 金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에 앞선 환담에 단독 배석하고, 그해 9월 金위원장의 특사로 남한을 방문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그러나 그의 사망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의 남한 측 상대역이 거의 퇴장한 데다 남북관계가 제도화되는 단계에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평남 평원군 산성 출신의 金비서는 김일성대학 법학부 국제관계과 1기 졸업생으로, 모스크바대 유학을 거쳐 당 국제부에서 잔뼈가 굵었다. 국제부장 때인 1990년 9월에는 일본 자민.사회당 합동 대표단의 방북을 끌어내 북.일 국교 정상화 교섭의 길을 열었고, 92년에는 북측 단장으로 미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93년 4월에는 최고인민회의 통일정책위원장, 93년 8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에 올랐다.

그의 후임으로는 임동옥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과 이종혁 아태 부위원장 등이 꼽힌다. 임부부장은 2000년 金비서가 특사로 남한에 왔을 때 동행한 대남정책 결정의 실무 책임자다. 李부위원장은 최근 남북 경협 행사 때마다 얼굴을 내미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다.
정용수 기자"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