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과소비"위험수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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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야기된 페르시아만 사태는「제3의 석유파동」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속에 그 동안 에너지 과소비로 치달으면서 흥청거리던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주변에 만연된 과소비는 전기에 대해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8월9일 최대 전력 사용량이 1천7백22만4천kw로 금년 들어 8번째 기록을 경신하는 등 전력수요의 급 증세는 좀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또한 올 들어 계속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5월까지의 전력사용량 증가율은 16·6%를 보였으며 이중 경제성장에 필요한 산업용은 14.6%증가한 반면 과소비·사치성업소와 관련이 있는 주택용과 업무용은 20.2%. 23.4%가 각각 증가했다.
이는 우리의 산업구조가 전반적으로 생산과는 거리가 먼 소비 측면으로 흐르고 있음을 반증해 준다. 결국 그러한 소비를 뒷받침하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발전소를 건설.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소득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문명의 이기인 전기제품사용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한나라 에너지의 근간이 여름한철 에어컨 바람에 흔들린다면 석유 한방 울 나지 않는 우리로서는 심각한 외화낭비일수 밖에 없다.
반대로 전기의 소비를 줄인다는 것은 발전소건설에 쓰일 막대한 투자재원 조달의 부담과 갈수록 어려워지는 발전소 부지 확보문제. 환경대책 및 지역협력비용의 팽창 등을 감안할 때 그 효과가 다른 어떤 투자보다도 효율적인 것이다.
그것은 또 다른 형태의 투자이며 국가의 이익과도 직결된다.
어려울 때일수록 절약의 지혜를 발휘해야 하지만 평소 검약정신을 생활화하는 유비무환의 자세가 아쉬운 때다.
우리 각자의 몸에 밴 검약과 작은 인내가 국가적인 막대한 투자비를 줄여 그 재원이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쪽으로 활용된다면 비록 자원빈국이라 할지라도 우리나라 경제에 보다 밝은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조기형(서울 송파구 방이동 128의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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