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서방인질과 TV출연/충돌위기 고조되는 중동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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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스라엘 준 전시태세로 돌입/미 전문가 “대규모 공습이 효과”
쿠웨이트 주재 서방 대사관이 이라크 군대에 포위되는등 후세인의 대 서방정책이 강경일변도로 추진되자 인근 이스라엘은 준 전시태세에 돌입하는등 중동사태는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후세인은 이와 함께 인질들과 TV인터뷰를 하는 등 심리전까지 병행하고 있다.
사태가 날이 갈수록 악화되자 미국내의 군사전문가들은 이라크를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공중폭격을 거론하기까지 하고 있다.
○…이라크 TV는 23일 후세인 대통령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이라크에 억류중인 어린이들을 포함한 서방 외국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방영.
미 CNN­TV가 전한 TV화면에 따르면 후세인 대통령은 이라크군 관계자들에게 둘러싸여 의자에 앉은 채 대화에 참석한 서방인들에게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로 『당신들은 인질이 아니다』고 강조했으며 어린이들에게는 『너희들이 여기있는 것은 전쟁을 막는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하며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또 부시 미 대통령과 대처 영국 총리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도대체 이라크가 당신들로부터 무엇을 빼앗아가서 군대를 동원했는가』고 힐문했다.
이날 TV방영은 억류 서방인들이 가혹한 취급을 당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과 서방 인질들이 미국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라크측의 주장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이 장면을 TV에서 본 영국인들은 그가 교활한 심리전을 펴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하고 불쾌함을 표시.
대처 총리는 『혐오감을 금할 수 없다』고 했고 허드 외무장관은 『역겹다』고 논평했으며 여야 모두가 극도의 혐오감을 표시.
체니 미 국방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로 파병되는 유대인출신 미군 병사들이 원할 경우 그들의 종교를 명시하지 않은 새 군번표를 달수 있도록 허용했다는 보도를 23일 부인.
체니 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로 파병된 유대인계 미군 병사들이 그들의 종교를 숨기도록 지시받았을 수는 있으나 미 국방당국이 이같이 새 군번표를 달도록 지시하지는 않았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종교나 성별을 가려 미군의 파병을 규제하고 있지는 않다고 강조.
○…이스라엘 당국은 23일 이라크와의 전쟁에 대비,시민들에게 2주일분의 식량과 소화기,구급약품,창문을 막을 테이프 등 차단물품 등을 준비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인들은 방공호를 정비하고 가정에 통조림과 식수 및 기타 구급물품들을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상군 공격은 위험
○…미국은 이라크와 무력충돌을 빚을 경우 즉각 페르시아만의 제공권을 장악,이라크군 부대와 주요 전략목표에 대해 공중폭격을 가해야할 것이라고 군사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 과학자연맹의 군사문제 전문가 존 파이크씨는 『이라크 정부의 항복이나 태도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은 대규모 공습외에는 없을 것이다. 지상군이 직접적인 공격을 시도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군사전문가인 그레고리 그랜트씨도 『전격적인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지상군을 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상당한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이라크행 트럭 줄이어
○…각종 화물을 가득 실은 대형트럭들이 요르단으로부터 이라크로 매일 5분에 한대꼴로 향하고 있어 유엔의 이라크 경제봉쇄 결의를 무색케 하고 있는 실정.
요르단의 주요 항구인 아카바항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를 잇는 사막고속도로에는 이라크로 갔다가 돌아오는 화물트럭들과 원유 등을 요르단으로 싣고 가는 이라크 트럭들로 줄을 잇고 있는데 이같은 양국간 화물통행은 요르단이 이라크를 탈출하는 난민등을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이라크와의 국경을 봉쇄한 이후에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계속되고 있다는 것.
○이란,미 병력 주둔 비난
○…라프산자니 이란 대통령은 미국이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페르시아만에 미군 병력을 배치시키기 위한 구실로 이용하고 있다고 23일 미국을 비난.
라프산자니 대통령은 이날 알제리 국회부의장과의 회담에서 『미국이 세계적으로 민감한 지역인 중동에 대한 개입을 키울 기회만 노려왔다』고 비난하면서 『이라크는 큰 실수를 저질렀으며 이라크의 이같은 실수가 이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외신 종합>
◎사우디 국왕,고르비에 친서 전달
○…유엔주재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로 특사인 반다르 빈 술탄 알 사우드 왕자가 22일 파드국왕이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에게 보내는 친서를 휴대하고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반다르 빈 술탄 왕자는 이날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과 2시간 가량 회담을 가진 뒤 모스크바의 숙소에서 타스통신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셰바르드나제 장관과 나는 페르시아만 사태와 양국관계등 중요 현안에 관해 논의했다』고 밝히고 『회담결과에 아주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양측은 각자의 입장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됐으며 우리는 특히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대한 유엔의 비난을 소련이 지지해준데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경증시 이라크 철군설로 폭등
○…동경증시에 쿠웨이트 주둔 이라크군 5만명이 철수를 시작했다는 풍문이 나돌면서 24일 동경주가가 개장되자마자 2.56% 폭등.
동경주가는 최근 이틀간 폭락세를 면치 못했는데 이날 소문과 관련,일경지수는 개장 50분만에 전날보다 무려 6백7.62포인트가 뛰어올랐다.
○일 정부 태도따라 변화
○…이라크 정부는 23일 억류중인 일본인 인질문제는 일본의 대 이라크 정책방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자싱 문화정보장관은 이날 바그다드에서 마이니치(매일) 신문과의 회견을 통해 5백여명에 이르는 일본인 인질과 관련,『남아있는 일본인의 일부에 출국허가를 할 것이며 나머지도 일본정부의 자세에 달려있다』고 말해 일본의 대 이라크 정책을 지켜본 후 인질석방 여부를 결정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자싱 장관은 또 미국과의 대치상태에 언급,『미군이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전화는 페르시아만에 그치지 않고 3차대전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일본정부는 2백78명의 쿠웨이트 잔류 일본인중 피난을 희망한 2백45명을 22∼23일 사이에 네 그룹으로 나눠 바그다드로 극비 이동시켰다고 23일 공식 발표했다.
일본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일부 일본인ㆍ프랑스인의 출국을 인정한다』는 이라크 국회의장의 성명이나 이동하는 일본인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비공식 루트를 통한 이라크측과의 교섭을 통한 것으로 알려져 미ㆍ영 등 다른 나라로부터 「혼자만 살려는 독자행동」으로 비난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동경=방인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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