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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펀드 투자] ‘자녀 등록금’ 미리 준비해볼까

중앙일보

입력

이코노미스트내가 10년 후에 은퇴하고, 여행을 자주 가고 싶다면, 어떤 해외펀드 상품에 가입하면 좋을까? 또 내 자식이 15년 후에 대학에 간다고 하면, 그래서 그때 필요한 등록금을 지금부터 준비하고 싶다면, 어떤 펀드에 가입을 하는 게 좋을까? 또 만일 은퇴 후에 남편이 먼저 별세하고 아내만 혼자 남는다고 한다면, 어떤 펀드에 가입해야 할까?

이 같은 고민이 있다면, 주저 말고 ‘라이프 사이클 펀드’를 한번 고려해보자.

10년 사이에 26배 이상 늘어

이 라이프 사이클 펀드의 특징은 간단하다. 펀드 설립 초기에는 펀드 돈의 대부분을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자산인 주식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식 비중을 매년 조금씩 조금씩 줄이고, 대신 채권이나 현금 같은 낮은 위험 자산을 매년 조금씩 조금씩 늘리는 것이다. 그리고 펀드 운용기간인 10년 혹은 20년이 흐른 다음에, 펀드 목표일이 가까워질수록, 채권·현금의 비중을 확 늘린다는 것이다. 이 안전한 상태에서 가입자들이 목표일 무렵에 돈을 찾아가는 것이다.

한국 투자자들은 사실 이 같은 특이한 펀드에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은퇴한 고령자들에게 현금은 곧 생명과 같기 때문이다. 한국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다는 건 상식이기에 국내에서도 라이프 사이클 펀드에 대한 관심이 이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금융선진국인 미국에서는 라이프 사이클 펀드가 일반 적립식 펀드보다 더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말부터 은퇴 후 노후 대비용 재테크 상품으로 이 펀드가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 자산운용협회(ICI)의 발표에 따르면, 1996년 60억 달러에 불과하던 라이프 사이클 펀드의 설정 규모가 2005년에 1670억 달러로 늘었는데, 이는 얼추 10년 사이에 26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와 비교하면 국내 라이프 사이클 펀드 시장은 이제 막 움트기 시작한 시장에 불과하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내놓은 상품 숫자도 그리 많지 않다. 국내 라이프 사이클 펀드는 주로 투자자가 직접 주식편입 비중을 결정하는 형태다. 하지만 해외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해외 라이프 사이클 펀드는 투자전문가인 펀드매니저가 자산배분을 직접 조정하는, 보다 발전된 형태를 띠고 있다.

한편 지난해 12월부터 국내에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되면서, 일반 투자자들 역시 은퇴 이후의 인생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라이프 사이클 펀드 같은 투자상품을 통해 노후를 준비하려는 이들도 서서히 늘고 있다.

통상적으로 노후에 필요한 돈은 생활비와 의료비로 구성된다. 이 중 의료비는 대부분 보험상품으로 해결될 수 있다. 그러면 생활비는? 이 라이프 사이클 펀드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기대 수명’을 먼저 따져라

전문가들은 이 같은 펀드투자를 통해 노후자금 마련 계획을 세울 때, 다음과 같은 사항을 미리 확인할 것을 권한다. 즉 기대 수명이 얼마인가, 은퇴 시점은 언제인가, 은퇴 후 생활비 규모는 얼마인가, 남편 사망 후 부인이 홀로 산다면 생활비는 얼마인가 등을 미리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왜 이 라이프 사이클 펀드에 투자를 해야만 할까? 개인들이 직접 이 라이프 사이클 펀드 식의 투자운용을 할 수는 없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을 하면, 이 같은 운용을 개인적으로 하기는 어렵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의 홍동훈 부장은 “개인이 스스로 투자를 하면서, 초반에는 주식에만 주로 투자하다가 매년 주식 비중을 줄여서 안전자산인 현금을 가져가는 것, 이 같은 자신만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장기간에 걸쳐서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일반인이 또 장기투자를 하면서, 장기투자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고, 또 투자위험을 적절하게 피하고, 매년 투자펀드의 스타일을 달리하고, 자산배분도 매년 달리한다는 것은 거의 할 수 없는 일이다.

또 개인들이 장기투자를 하면서, 좋은 투자시점을 잡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설사 좋은 투자시점을 잡았다고 해도, 적절하게 자산을 계속 배분해 투자를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이 같은 힘든 일을 투자전문가(펀드매니저)들에게 맡긴 게 바로 라이프 사이클 펀드라고 보면 된다. 이 펀드를 선택하면, 개인 투자자들은 투자기간을 정하는 일, 장기투자 기조를 유지하는 일 등 두 가지만 하면 된다.

라이프 사이클 펀드는 몇 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피델리티의 라이프 사이클 펀드인 ‘피델리티 목표 펀드’를 통해 한번 알아보자. 우선 돈을 넣었다가도 필요하면 언제든지 되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어려운 말로 하면 유동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목표일 이전에 돈이 필요해지면, 조기상환 수수료가 없이도 중도환매를 할 수 있다. 이는 연금보험 상품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투자자 개인 사정에 따라서 돈을 일시불로 넣을 수도 있고, 월납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투자형태가 자유롭다는 얘기다.

장기투자에 꼭 필요한 전문인력이 이 펀드를 운용한다는 것도 눈길을 끈다. 통상적으로 이 펀드에 돈을 넣으면 통상 10∼20년간 돈을 굴려야 한다. 그러려면 이 돈은 천상 전문가가 장기, 글로벌 분산투자를 통해 투자를 해야만 한다.

이 같은 ‘장점들’을 통해 투자자들은 장기 분산투자를 할 수 있다. 또 장기 분산투자를 통해 투자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투자위험을 낮출 수도 있고, 동시에 투자수익도 거둘 수 있다. 라이프 사이클 펀드는 다양한 자산배분 전략을 통해 투자하는 게 특징이기도 하다.

정교한 투자시스템’ 갖춰

이러한 특징이 있기에 라이프 사이클 펀드는 기존의 적립식 펀드 같은 상품에 비해 한 단계 더 진화된 펀드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펀드는, 전 세계 주식 및 채권과 현금에 골고루 나누어 투자를 하고, 초반에는 고위험 고수익 상품인 주식에 돈을 많이 편입시켰다가, 목표일이 가까워질수록 저 위험 안전자산인 채권·현금에 돈을 많이 편입시키는 ‘정교한 투자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다.

통상적으로 라이프 사이클 펀드는 펀드 설립 초반에는 95% 이상의 주식과 5% 미만의 현금으로 출발을 한다. 매년 주식비중이 조금씩 줄어든다. 그러다 만기 목표일이 다가오면, 현금이 40∼50%, 채권이 40∼50%, 주식이 10% 미만인 자산구조로 확 바뀐다.

목표일이 지났다고 해도 이 펀드 자체가 바로 청산되는 것은 아니다. 목표일이 지나도 펀드에 돈이 남아 있고, 그리고 펀드 자체가 안전자산 위주로 운용되고 있기에, 개인 투자자들이 안전한 자산운용을 원하면 목표일 이후에도 이 펀드에 돈을 넣고 맡길 수 있다.

주식비중을 매년 낮추고 대신 채권이나 현금이 조금씩 늘어난다고 하니, 혹시 이런 오해가 있을 수도 있다. 라이프 사이클 펀드의 수익률이 그리 높지 않을 것이란 선입견이 그것이다. 하지만 피델리티가 운용하는 ‘피델리티 2010 목표 펀드’는 지난 9월 30일 기준 4년간 누적 수익률이 42.53%에 달한다. 연평균 8.40% 수준이다.

‘피델리티 2020 목표 펀드’는 성적표가 더 좋다. 4년간 누적 수익률이 52.00%이고, 연평균 수익률은 10.00%이다. 꾸준하게 매년 일정한 수익률을 기록한 셈이다.

라이프 사이클 펀드의 경우 연 운용수수료가 계속 낮아지는 것도 장점이다. 운용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높은 주식비중이 시간이 지나면서 이 펀드 내에서 계속 낮아지기 때문이다.

지역별·산업별 분산투자도 이 라이프 사이클 펀드의 특징이다. 예를 들어 ‘2020 목표 펀드’를 보면, 미국 비중이 46.0%, 일본 11.9%, 영국 8.4% 등으로 투자대상국이 10개국이 넘는다. 산업별 배분도 철저하다. 금융 23.3%, 기간산업 10.6%, 자유소비재 13.4% 등으로 10개 이상의 업종에 다양하게 돈이 들어가 있다.

유상원 이코노미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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