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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예산/“선거용팽창” 공방 거셀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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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방양여세로 20%선 지켰다” 만족 당정/성장률 웃돌아 인플레ㆍ고물가 유발 평민
정부와 민자당이 22일 당정협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예산심의에 들어간다.
정부는 새해예산(일반회계)을 올해보다 19.2% 늘어난 27조5백억원규모로 잡아 20%선을 넘기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내년부터 지방자치단체로 넘겨주는 지방 양여세 1조8천억원을 포함하면 사실상 올해보다 27.1% 불어난 28조8천5백억원에 달한다.
당에서도 이달초까지만 해도 물가불안과 지나친 팽창예산이라는 여론을 의식,긴축재정론을 일부 제기하기도 했으나 한두차례의 당정협의를 거친 뒤에는 곧바로 정부 논리에 동조,현재 당정은 「팽창예산」의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앞으로의 당정협의 과정에서 2천억원 이상의 지역구용 사업이 추가될 것으로 보여 정부안이 대폭 삭감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따라서 내년예산은 정기국회 심의과정에서 지자제 내년상반기 실시와 14대 총선에 대비한 선거용 선심예산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와 민자당이 예산협의 과정에서 가장 고심해 만들어 낸 「걸작품」으로 꼽는 것은 지방양여세제도 도입부분.
정부는 「가뜩이나 물가가 불안한데 팽창예산을 편성,물가를 부채질한다」는 비난과 선거용 예산이라는 따가운 눈총을 의식,전화세ㆍ교육세 등을 거둬 곧바로 지방자치단체에 넘겨줌으로써 내년도 본예산 증가율을 27.1%에서 19.2%로 낮추는데 성공(?)했다.
지방양여세는 특별회계로 예산회계상 본예산에 잡히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를 놓고 당정은 ▲지자제 실시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를 높인다는 명분 ▲예산증가율을 심리적 마지노선인 20%아래로 끌어내리는 실리를 모두 총족시키는 「절묘한 카드」라고 자화자찬. 서상목 당정책조정실장은 이에대해 「눈가리고 아옹하는 식」이라며 『차라리 솔직하게 확대예산 편성의 불가피성을 국민에게 홍보하자』고 주장했으나 황병태의원등 당6인경제 특위는 『재정에도 절도가 있다』며 20%이상 절대불가론을 내세워 정부측의 지방양여세 제안을 수용.
그러나 정부가 지난 88년도 예산을 짤때도 선거용 팽창예산을 위장하는 수단으로 「재정투융자 특별회계」라는 묘안을 냈던 적도 있고보면 지방양여세 도입부분은 『선거용 팽창예산이란 비난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
○…당정이 팽창예산을 짜면서 새로 개발한 논리가 「세입내 세출」.
세입능력 범위내에서 재정규모를 현실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팽창예산」이 아니라 「확대균형예산」이라는 주장.
5공시절 물가안정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도로ㆍ항만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소홀했기 때문에 민간부문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물품유통에 지장을 받아 물가상승의 요인이 되고 있다는 이른바 「경제의 5공책임론」을 바탕에 깔고 있다.
3공시절 경제장관을 지낸 민자당의 모의원은 “사회간접자본 투자의 시급성을 인정하더라도 내년도 예산은 균형예산을 위장한 팽창예산이며 통화증발 예산』이라고 지적,『이 때문에 내년도 물가를 부채질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상목정조실장도 『내년도 경상 GNP증가율(추정지 12.9%)을 훨씬 넘어섰다는 점에서 팽창예산』이라는 점을 시인.
또다른 당경제통은 『대통령지시때문에 물가인상분을 내년으로 미루고 있는데 팽창예산까지 겹치게돼 걱정』이라며 『내년에 물가가 집중인상되면 선거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걱정.
○…정부의 예산운영상 가장 고질적인 문제점은 해마다 막대한 세계 잉여금을 내 추경을 어김없이 편성한다는 것.
세계잉여금은 85년 1천8백90억원,86년 5천5백12억원,87년 1조3천6백49억원이던 것이 88년에는 3조3천50억원,89년 3조1천2백30억원,90년에는 3조4천억원이 날 것으로 추정.
예산당국은 『세수는 보수적으로 잡아야지 모자라면 큰일』이라고 주장하지만 예산 전문가들은 『5%오차는 불가피하지만 금년경우처럼 15%나 더 걷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요는 물가상승과 임금인상,수출부진으로 인한 내수증대 등으로 부가세ㆍ근로소득세ㆍ특소세 등이 더 걷힌 것이라는 주장이지만 그만큼 기업과 국민에게 많은 세금을 거둔 셈.
○…정부ㆍ민자당의 엄청난 팽창예산에 대해 양당측은 선거용 정치예산이라는 점을 집중 지적하고 있다.
21일 열린 평민당예산정책 세미나에서 평민당측은 『정부가 내년에 팽창예산을 내놓는 것은 4백60건 66조원에 달하는 선거공약사업 집행에 눈이 어두워졌기 때문』(강금식의원)이라고 주장.
내년도 예산이 경제성장률 예상치 12∼13%을 훨씬 웃돌아 인플레를 유발하고 물가불안을 초래해 총체적 경제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평민당측은 지방양여세를 특별회계로 분류하는 것은 본예산 증가를 은폐하기 위한 재정의 변칙운영이라고 강력히 비난하고 특히 국민주매각 취소및 석유사업기금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2차 추경편성을 하는 것은 예산의 불법운용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야당측은 토지세 등이 실제로 부과되는 내년에는 지방세부담도 늘어 국민들의 조세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삭감책을 강력하게 요구할 태세다.
야당의원들의 총사퇴로 국회의 정상적인 예산심의가 언제부터 시작될는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각종 선거의 전초전이 벌어지는 내년도의 예산을 놓고 정치성 공방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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