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DS퇴치에 온 국민이 나설 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세계보건기구(WHO)와 호주정부는 지난 3일부터 6일간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정부대표와 관계전문가 6백여 명을 호주 캔버라에 초청, 대책회의를 개최하고 AIDS(후천성 면역결핍증)의 세계적 현황과 심각성을 설명, AIDS대책을 논의하였다. 이 회의엔 38개국이 참가했는데 북한에서도 2명의 대표를 파견했었다.
지금 세계적으로 AIDS환자로 보고된 자는 27만 명이나 미 보고자를 합하면 7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아직 환자로 발전되지 않은 AIDS감염자는 무려 8백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며, 2000년에는 2천5백만∼3천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 AIDS환자는 현재 미주가 17만 명, 아프리카가 7만 명, 유럽이 3만여 명이며 국가별로는 미국이 13만7천 명으로 제일 많다.
AIDS의 감염은 성 관계·수직감염(모체에서 태아로) 및 수혈의 세 가지 경로에서 오는 것으로, 발생원인을 보면 성 관계가 75%(이성간 60%, 동성연애 15%)로 가장 높고 수직감염이 10%, 수혈이 5%이며 마약사용자가 10%(주사기의 공동사용, 피부마찰에 의한 피의 섞임) 등이다.
AIDS감염자는 보통 30∼50%가 5년 내에 환자로 발전되고 거의 모두 10년 내에 환자가 되며, 환자로 발전된 후 2년 내에 거의 모두가 사망한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나 전문가 모두 한마디로 「강력한 홍보·계몽교육을 통한 사전예방」만을 이구동성으로 역설할 뿐 아무도 이 무서운 AIDS로부터 인류를 보호하는 묘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물론 사전예방의 최선책은 인간 본래의 건전한 가정생활과 완벽한 검사를 통한 수혈 등에 있겠으나 AIDS감염이 우려되는 경우 안전한 성 관계를 위한 콘돔과 1회용 주사기 사용이 적극 권장되고 있다.
이에 대해 보수주의적 견해로 이번 회의에 특별연사로 초빙된 싱 추기경(필리핀)은 『콘돔사용은 비도덕적 행위를 교정시키는 노력이 못되며, 그 결과에 대한 도피수단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역설하였고 진보주의적 견해로 쿠렌 신부(아일랜드)는 『콘돔사용이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지만 감염을 막고 인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필요악이며 현실적 방법』이라고 피력하고 있다.
어느 방법이나 견해든 우리는 인류를 이 무서운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고 또 AIDS를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데 최대의 노력을 경주하여야 한다.
AIDS가 현 상태로 전파될 경우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2000년에 AIDS로 부모를 잃는 고아가 1천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 나라도 AIDS감염자로 판명된 사람이 이미 1백여 명에 달했다. 우리는 이 1백 명이란 숫자를 결코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나타난 것만이 1백 명이고 이는 기하급수적으로 전파될 수 있다.
그러나 AIDS문제가 이토록 심각하고 일단 감염되면 속수무책이라고 해서 우리는 결코 실망해서는 안 된다. 지금 세계는 AIDS대책을 위한 국가적·세계적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필요재원을 확보하며 예방약과 치료방법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리고 국민들도 AIDS에 대한 인식이 고조되고 있다.
머지않아 AIDS는 극복되리라고 본다. 다만 우리는 그전에 AIDS로부터의 희생을 최대한 줄여야 할 것이다.
인류는 스스로의 행위로 스스로가 멸망할 정도로 어리석은 존재가 아님을 굳게 믿는다. 윤성태<보사부차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