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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권 386 타격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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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가정보원과 검찰 수사의 핵심은 일부 운동권 출신 386세대들이 국가보안법 위반 차원을 넘어 북한을 위해 실제로 간첩활동을 한 적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일부 관계자가 북한을 위해 공개적으로 활동했는지도 수사당국의 주요 수사 포인트인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김대중 정부 이후 최대의 간첩사건으로 번지고, 현 정부 곳곳에 포진해 있는 운동권 출신 386 세력들에게도 타격을 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수사당국 관계자들의 강력한 수사 의지 표명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 운동권 출신 386세대가 주요 수사 대상=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떠오른 사람은 이정훈(43) 민주노동당 전 중앙위원과 장민호(44)씨다. 수사당국은 올 3월 이씨와 장씨와 중국으로 함께 건너가 북한 공작원을 접촉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세 차례나 방북했던 장씨는 10여 년 이상 국내에서 고정간첩으로 활동한 것으로 수사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대표적인 386 세대인 이씨는 1982년 고려대 사학과에 입학한 뒤 85년 고대 삼민투 위원장 자격으로 서울 미 문화원 점거농성을 주도했다. 3년간 옥살이를 한 이씨는 현재 영어교육 관련 교재를 만드는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수사당국은 장씨가 이씨의 폭넓은 인맥을 통해 반국가 활동을 했다는 단서를 잡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서 이씨와 북한 공작원과의 만남을 주선한 것도 장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당국은 24일 장씨의 집에서 북한 측 인사와의 연락방법과 보고방식 등이 적힌 자료 등을 확보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장씨는 또 서울 모 고교 후배로 연세대 총학생회 간부 출신인 손정목(42)씨를 중국에 데려갔던 것으로 조사됐다. 장씨는 90년대 말 손씨와 함께 게임개발 업체를 운영했으나 최근 사업을 접었다. 친북인사와 교류가 많았던 장씨는 이 과정에서 민노당 사무부총장인 최기영씨와 연결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랜 기간 북송 장기수를 후원해 온 최씨도 함께 중국에 다녀온 것으로 수사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향후 수사는 장씨의 주축으로 386 운동권 전반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장씨가 국내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데다 전.현직 민노당 출신 인사 외에도 과거 운동권 인맥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김승규 국정원장도 수사팀에 이번 사건에 대한 강력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어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파문이 간단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장씨의 고정간첩 활동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1996년 '깐수' 정수일 전 단국대 교수와 97년 고영복 교수 사건 이래 최대의 공안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국가보안법 엄정 집행해야=이날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국가보안법을 엄정하게 집행할 것을 주문했다.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검찰이 현 정부 출범 이래 공안기능을 대폭 축소하는 등 보안법을 집행할 의지도 능력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며 정상명 검찰총장에게 "보안법은 죽었느냐"고 물었다. 이에 정 총장은 "보안법은 엄연히 살아 있고 엄정하게 집행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조 의원은 또 "지난해 12월 대검이 서울동부지검에 바다이야기 관련 수사 지시를 한 데 이어 올 3월에 제이유그룹 사건 수사를 내려보내는 바람에 바다이야기 수사가 제대로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검에서는 수사인력에 대한 판단도 안 하고 지검에 사건을 내려보내기만 하느냐. 여기가 무슨 택배회사냐"고 추궁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오늘 아주 오랜만에 간첩 혐의자를 조사 중이라는 기사를 접했다"며 "아주 오랜만이라는 것은 그동안 검찰이 보안법 위반사범에 대해 전혀 수사를 안 한 것 아니냐는 인식이 퍼져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검찰의 공안 기능 강화를 주문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보안법에 관해 언급을 하지 않았다. 민노당 노회찬 의원도 국감장 내에서 같은 당 간부의 간첩 의혹 사건과 관련한 발언을 회피한 채 기자들에게 "구체적인 사실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간첩사건으로 몰아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김종문.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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