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 대실착 48, 두집짜리 빵때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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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8강전
[제4보 (48~59)]
白.山田規三生 8단 | 黑.朴永訓 4단

흑▲로 빵 따내고 넘어가자 야마다8단도 무심히 48로 때려낸다. 프로는 시원하게 따내는 수를 매우 좋아한다.'빵때림 30집'이란 격언이 말해주듯 때려낸 모양의 두터움과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박영훈4단이 49로 스르르 미끄러져 다가오자 야마다는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진다. 뭐가 잘못되었을까. 흑▲의 실리를 내주면서 두터움(48)을 얻었는데 왜 이렇게 옹색한 느낌이 드는 것일까.

그러나 빵때림한 돌을 또 수비할 수는 없다. 당연히 공격으로 나가야 하며 그래야 빵때림의 체면이 선다. 야마다는 이를 악물고 50으로 습격해갔다. 그는 이 몇수에서 승부가 크게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까마득히 몰랐다.

검토실에선 유창혁9단이 48에 대해 포문을 열고 있었다."두집짜리예요"라고 그는 48을 혹평했다. 48은 프로의 선입견이랄까, 또는 관성이랄까, 그런 어떤 것이 만들어낸 대실착이었다. 48은 <참고도> 백1의 곳이 대세의 중심점이었으며 이렇게 두어놓고 A를 노렸으면 충분히 공세적 입장에 설 수 있었다.

실전에서 야마다는 48이란 큰 실수를 저질렀음에도 체면상 50으로 역습하는 이중의 실수를 저질렀고 그리하여 51, 53의 통렬한 절단을 당하고 만다. 게다가 59, 이 수로 인해 50의 한점도 허공에 붕 떴다. 백은 사방이 순식간에 엷어졌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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