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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 외국인 「협상볼모」 될 판/발묶인 외국인들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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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구인 신변 가장 위험… 식량배급도 못 받을 듯/85만명 취업한 이집트는 파병놓고 한때 고민
쿠웨이트사태로 약 1천2백명의 한국인이 이라크와 쿠웨이트에 발이 묶인 가운데 사태가 장기화되고 이라크가 곤경에 몰릴수록 이 지역에 체류하고 있는 수십만명의 외국인들이 인질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라크정부나 관련정부 어느 누구도 이들 외국인들에 대해 「인질」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꺼리고 있으나 이들의 출국이 현재 자유롭지 못한 점으로 볼때 준인질 상태에 놓인 것이 확실하다.
이라크 정부는 현지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들의 출국을 교섭해 오는 각국 정부에 대해 『모든 외국인은 자유롭게 출국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실제 출입국관리소에서는 출국을 막고 있는 상황이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세계 각국이 이라크로 하여금 쿠웨이트로부터 철수하도록 압력을 가할수록 후세인은 이들 외국인들을 협상카드로 이용하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경제적 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식량등을 배급받지 못해 제일 먼저 피해를 볼 사람들이 바로 외국인들인만큼 후세인은 봉쇄에 대항하는데도 이들 외국인들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약 4만명의 근로자가 쿠웨이트에 나가있는 필리핀의 경우 현지 대사관이 본국과 연락도 단절된 상태에서 약 1천5백명의 근로자가 식량과 돈이 떨어져 대사관 뜰에 캠프를 치고 있다.
인도의 경우 17만명이,파키스탄은 9만명,스리랑카는 10만명,방글라데시는 7만명이 쿠웨이트에 머물고 있어 이들 정부들은 이들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또 70만명이 이라크에,15만명이 쿠웨이트에 나가있는 이집트의 경우 이들의 신변문제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로 군대파견을 결정하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기지사용을 허가하고 이라크의 송유관을 막은 터키의 경우도 6만여명이 이라크와 쿠웨이트에 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은 미국인 3천6백여명을 포함한 서방세계 사람들이다.
현지에는 영국인 4천6백명,서독인 9백명,오스트리아인 5백70명,프랑스인 4백20명,이탈리아인 4백60명이 남아 있다. 일본의 경우도 약 6백50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중 소수는 사태발생직후 사우디쪽으로 넘어올 수 있었으나 지난 9일 이라크의 국경봉쇄 발표이후엔 체코나 유고슬라비아 등 일부 동구권국민들을 제외하고는 국경을 넘을 수 없는 상태다.
최근까지 이라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소련의 경우도 약 9천명이 현지에 머무르고 있는데 소련정부 역시 이들의 신변안전을 걱정하고 있다.
미국정부는 현지 외국인 문제에 대해 공동으로 대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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