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민의 삶」많이 다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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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신춘을 위한 씨뿌리기에 가을은 너무 늦다. 신년 원단 화려한 등용을 꿈꾸며 전국의 문학지망생들은 91년도 신춘 문예를 위해 작품 구상, 혹은 집필에 무더위도 아랑곳없을 때다.
이러한 때 1954∼1990년 사이 중앙·동아·조선·한국일보 및 경향·서울신문 등 중앙 6개 일간지 신춘 문예 당선 소설 총1백63편을 연구·분석한 논문이 최근 나와 주목을 끈다. 서강대 신방과 대학원 노상규씨가 석사 학위 청구 논문으로 제출한 「신춘 문예 작품의 사회적 선택에 관한 연구-단편 소설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최근에 올수록 당선자의 연령이 높아지고 여성의 진출이 두드러지며 작품 내용도 정치적 상황에 영향받으며 급속히 소시민화 돼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설 당선자 분석에서 일단 눈에 띄는 것은 대학 재학생의 감소와 당선 연령의 노령화. 54년부터 85년까지 대학 재학생이 30∼50%를 차지했으나 85∼90년 사이에는 10·7% 밖에 내지 못한 반면 그 자리를 주부·회사원·무직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70년대 말부터 여성 당선이 늘기 시작, 80년대 중반부터는 매년 50%를 상회하고 있다. 이는 여성의 교육과 사회적 참여가 신춘 문예 당선에 영향이 있음을 보여주는 한편 80년대 들어 대학생들이 정치·사회적 상황에 대한 부채감 때문에 창작을 일단 보류한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당선작의 내용적 측면에선 50, 60, 70년대 중반까지는 전쟁 (6·25 및 월남전)이 지배적이었으나 7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개인적 갈등 요인이 지배적인 추세를 보인다. 다시 8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사회적인 갈등 요인이 지배적 추세를 보이다가 90년도에는 개인적 갈등으로 침잠해 들어가고 있다.
한편 주인공의 연령은 전체적으로 청년이 대다수 (62.6%)를 차지하고 있으나 70년대 소년이 많이 등장했고 (20.8%) 80년대 중반 이후 소년은 전혀 없고 장년층 (42.9%)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게 특징. 70년대 유신시대 언론 탄압 분위기 아래 소년 주인공이 많아진 것은 현실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를 피하면서도 나름대로의 답답한 현실을 그리기 위해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운 소년 시점으로 작가들이 숨은 탓이다.
또 80년대 후반 장년층이 주인공으로 많이 등장하고 있는 것은 소시민의 삶과 갈등을 그리기 위해 회사원·자영상인 등 중산층을 많이 다뤘기 때문.
한편 심사위원은 심한 편중 현상을 나타내 1954∼1990년도 6개 일간지 총 심사 횟수 3백74회 중 상위 22명이 전체 심사의 80%를 차지하고 있고 특히 상위 10명이 60.5%나 차지했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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