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야금산조 남북이 같은 뿌리 연변의 연주·악보로 확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뛰어난 형식미와 넓은 음악적 표현력으로 전통음악의 극치를 이루는 가야금 산조가 민족분단이후 반세기를 지나는 동안 남·북한에서 각각 어떻게 변모했는가를 확인하게 되어 국악계의 오랜 궁금증이 상당부분 풀리게됐다.
최근 중국에서 가야금을 연주하고 돌아온 양승희씨(43·가야금산조 준인간문화재)가 평양 음학대학에서 안기옥씨에게 가야금산조를 전수 받은 김진씨(62·연변예술학원 가야금 교수)와 지난달 16일 연변예술학교에서 나란히 가야금을 연주하고 그 연주상황을 비디오테이프로 녹화해왔다.
더구나 양씨는 최초로 가야금 산조의 틀을 만든 김창조 선생의 가야금산조 악보를 연변도서관에서 확인하고 그의 애제자인 안기옥씨의 악보를 입수해 옴으로써 가야금산조의 원류가 3대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달라져왔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김창조 선생의 손녀 김죽파를 20년간 사사한 양씨는 『김진씨의 가야금산조는 내가 배운 산조와 서로 닮은 데가 너무 많았다』면서 지금까지는 김창조 선생이 가야금산조의 창시자라는 학설에 이의를 제기하는 국악인들이 없지 않았으나 이번 연주와 악보를 통해 그런 의심이 가시게 됐다고 말했다.
김진씨가 연주한 안기옥류 가야금산조 중 진양조는 김창조 산조가락에 깊은 뿌리를 두고, 중몰이·증중몰이·잦은몰이에서도 상당부분이 김창조 산조를 바탕으로 하면서 새 가락이 도입됐으며, 해학적·낙천적인 엇모리와 새가락 휘모리를 덧붙여 전체가 30분 짜리 여섯 곡으로 이뤄져 있었다. 연변지역에서는 북한과 마찬가지로 거의가 금속으로 된 21줄 짜리 개량형 가야금만 쓰고 있어 양씨는 원래대로 비단실로 된 14줄 짜리 가야금을 김진씨에게 선물했으며 그는 안기옥류 가야금산조의 악보로 양씨에게 답례했다.
한편 양씨는 가야금산조 외에도 황병기 교수(이대 ) 작곡의 『침향무』『남도환상곡』등 창작곡도 연주했는데 김진씨를 비롯한 연변지역 음악인들은 『북한이나 연변의 창작곡들은 매우 서양화돼있는데 비해 한국의 창작곡은 전통음악에 기초한 것 같다』고 평하면서 특히 산조어법을 바탕으로 한 『남도환상곡』에 박수를 보냈다고.
김창조-김죽파-양승희, 김창조-안기옥-김 진으로 각각 이어진 가야금산조 3대는 국악발전에 서로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확인, 양씨는 김씨를 한국에 초청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