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창구」 새벽부터 줄이어/여행증신청 첫날/일단 접수시키자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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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나이많은 실향민들 많아/금강산구경ㆍ선교목적등 다양
방북희망자의 북한방문 증명서 발급신청접수가 시작된 4일 전국의 시ㆍ군ㆍ구청 2백71개 접수창구에는 이른 아침부터 많은 신청자가 몰려 이산가족의 아픔을 다시 한번 절감케 했다.
이날 대부분의 접수창구에는 업무시작(오전9시) 훨씬전인 오전5시쯤부터 신청자들이 몰렸고 창구가 문을 열자마자 40여명씩 줄서 앞을 다퉈 접수시켰다.
이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은 실향민들로 40여년동안 그려온 북녘의 고향땅을 찾아가 보겠다는 부푼 꿈에 가득차 설레는 표정이었고 이밖에 금강산관광을 하겠다는 젊은층,북한주민들에게 선교를 하겠다는 종교인 등도 끼어있었다.
줄서 접수를 기다리는 동안 이들은 모두 북한이야기로 꽃을 피웠고 한결같이 『통일이 한걸음 다가서고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었다.
오전8시30분쯤 서울 구로구청 5층 대강당 임시접수창구에 신청서를 들고와 접수시킨 김병린씨(61ㆍ무직ㆍ서울 시흥1동 992)는 『당장 고향에 갈수있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혹시라도 선착순으로 제한 방북이 성사될지도 몰라 일찍나왔다』며 『1ㆍ4후퇴때 단신으로 떠나온 고향 평양이 어젯밤 꿈에 어른거렸다』고 그리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 오전10시 서대문구청 지하강당에 신청서를 접수시킨 이상우씨(55ㆍ상업ㆍ서울 홍은동)는 『휴전선 바로위인 경기도 연천군의 아버지묘를 찾아뵙고 누님의 생존여부를 알고싶다』고 말했으며 서울 계곡동에 산다는 김명순씨(34ㆍ여)는 『남편과 함께 금강산구경을 하고 오겠다』며 강서구청을 찾았다.
영등포구청에는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홍보부장 임통일씨(36)가 『북한의 장애인시설을 파악,남북간 장애인끼리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연구하기 위해 방북을 결심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1ㆍ4후퇴때 마지막 피난선을 타고 함흥에서 아들ㆍ딸을 데리고 월남한 이옥화할머니(78ㆍ서울 개포동 한신아파트)는 『아흔살이 됐을 영감과 두 여동생을 만날수 있을까』라며 서초구청에 신청서를 접수시키면서 눈물을 글썽거렸다.
신청서 접수는 오전10시 현재 전국의 접수창구마다 1백∼2백여명씩 이르고있어 마감까지 수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접수는 일요일인 5일은 쉬고 8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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