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스필버그 후진 감독 양성에도 "천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세계 영화계에서 최정상급의 흥행감독과 영화제작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후진양성에도 탁월한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스필버그 감독이 경영하는 영화제작사인 앰블린 엔터테인먼트에서 활약 중인 각 분야의 전문가 중에서 능력이 인정되는 사람들에게 과감하게 명성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히 감독분야에서 그를 충족시킬만한 재능이 발견될 경우 스필버그 제작사에서 제작하는 영화의 메가폰이 파격적으로 주어진다.
최근 촬영을 마친 『아라크노포비아』(거미 공포증)의 감독인 프랭크마셜 역시 스필버그 밑에서 수년간 변변치 못한 일을 맡아오다 최근 재능을 인정받아 일약 감독으로 신분상승을 이룩했다.
30년대 이후 미국 등의 영화계에서는 재능 있는 감독들조차 제작자나 영화계 대부들에게 공손한 태도로 비위를 맞춰야 감독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독립 제작사를 운영하는 스필버그는 이 같은 관례에서 탈피, 능력 있는 사람들에게 과감히 기회를 주고 있다. 마셜 감독의 새 영화는 철저히 스필버그 작품류를 표방한다.
그 자신이 스필버그 밑에서 사단 출신이기 때문이다.
이들 스필버그 2세대들은 그러나 스필버그보다 더욱 대담한 갖가지 기법을 사용, 관객들에게 스필버그에게서 느끼는 것과는 또 다른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이들은 스림로미디(thrillomedy)로 표현되는 수법으로 영화에 유머와 폭력성·공포를 쏟아 붓는다.
올 여름을 노려 제작된 할리우드의 작품 중 『거미공포증』이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망되는 한편 진부한 로봇·괴물·아널드 슈와제네거와 같은 근육질 배우들을 배제한 참신한 납량영화로 평가되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서 수입된 거대한 거미들과의 싸움으로 한여름에 한기를 느끼게 하고 스필버그가 자주 사용했던 것과는 구별되는 환상적인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마셜 감독은 스필버그2세답게 자신이 지휘하는 제작진에게 나름의 기량과 특색을 충분히 발휘케 한 뒤 이를 조화시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쨌든 스필버그 감독은 20세기말 지구인들의 정서를 명확히 꿰뚫고 이에 호소하는 명작을 만드는 영화감독·제작자·배급업자 및 후진 조련사임에 틀림없는 듯하다. <김우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