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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장 이 문제] 도심 공원속 10년째 흉물 방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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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부산 수영구 남천동 황령산 중턱 황령산휴게소 옆 도로변에는 흉물스런 모습의 건물이 버티고 있다.'노인대학'으로 불리는 이 건물은 10년 넘게 폐허 상태로 몰골 사납게 방치돼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주민들은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게 보기가 흉하고 우범 지역이 될 소지가 많아 어두워지면 지나 다니기가 겁이 난다"며 철거 등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흉물'방치=1천7백여 평 규모의 이 건물은 현재 콘크리트 골조만 남아 있다. 철제펜스가 2m높이로 건물 주변을 둘러싸 마치 수용소 시설을 방불케 하고 있다. 건물 마당에는 폐차 직전의 승용차.봉고차가 먼지를 덮어쓰고 있다.

건물 내부에는 못쓰는 의자와 탁자들이 여기저기 어지럽게 흩어져 있고, 폐비닐봉지 등 온갖 쓰레기들이 뒤엉켜 썩는 냄새를 풍기고 있다.

이 건물은 1970년대 건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동안 새마을청소년학교로 사용돼 오다 10년전 문을 닫았다.

폐교 뒤 노인대학 교실로 활용된 듯 건물 입구에 '사단법인 한국평생교육노인대학 부산효도대학'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주민 불안=날이 어두워지면 주민들은 혼자 건물 주위를 지나 다니는 것을 꺼리고 있다.

건물은 주택가와 직선거리로 1백m정도 떨어져 있다. 주민 김모(45.여)씨는 "저녁 산책길에 옛 노인대학 자리를 지날 때마다 겁이나 뛰다시피한다"며 "건물을 철거하든지 다른 용도로 활용하든지 정리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물에는 부탄가스 흡입 장소로 사용된 듯 여러개의 부탄가스 통이 뒹굴고 있다. 빈 소주병도 어지럽게 놓여져 있고, 타다 남은 모기향도 여기저기서 발견되고 있다. 한 주민은 "여름에는 노숙자들이 들락거린다"고 말했다.

대책=건물을 철거하지도, 새로 짓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물 소유주는 현재의 건물을 철거한 뒤 다른 용도로 건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구청 관계자는 "이 지역이 유원지 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건물 용도를 바꿔 재건축하기는 어렵다"며 "건물만 철거하는 것도 건축 소유주에 대한 보상문제가 따라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사항"이라고 말했다.

김관종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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