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사정 정치인 비리 손 못댄 게 흠/“가동” 4개월동안 뭘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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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투기ㆍ사치 내사로 분위기 쇄신 기여/불로소득자 추적등 연말까지 계속
청와대 특명사정반이 활동을 개시한 지 4개월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 5월12일 노태우대통령의 통치사정차원에서 발족한 특명반은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투기등 각종 비리와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부동산투기ㆍ호화사치 등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내사활동을 벌여왔다. 이로인해 특명반은 공직사회와 상류사회에 두려움과 충격을 주었고 분위기 쇄신에는 상당히 성과를 올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다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강도가 약해지고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어 이의 극복여부가 관심사다.
영등포역 상가분양 의혹사건때 보여준 정치인에 대한 성역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증권시장에서 주가하락과 특명사정활동의 상관관계가 부정적으로 비친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근엔 공직사회 기강확립차원에서 단속해온 골프장ㆍ유흥업소 출입자제도 완화되는 기미가 보인다.
그러나 특명사정반은 이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활동시한인 금년말까지 공직자 비리와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부동산투기ㆍ호화사치에 대한 내사는 계속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갖고있다.
○…특명사정반은 그동안 김영일대통령 사정비서관을 반장으로 감사원 5국,국무총리실 4행조실,국세청,치안본부특수수사대에서 차출된 54명의 사정요원과 중간에 합류한 20명의 전문가들을 풀가동해 김상조 전경북지사(구속)ㆍ김하경 전철도청장(구속)ㆍ홍종문 전수협회장(구속)ㆍ최찬식 전건설부수자원국장(구속)ㆍ이준희 전병무청차장(의원면직)ㆍ김재근 전철도청전기국장(의원면직) 등 굵직굵직한 공직자들의 부동산투기ㆍ비리 등을 적발해 처벌했다.
이른바 기획내사란 방법으로 철저한 증거주의로 적발돼 구속되거나 공직에서 물러난 사람들은 모두 30여명. 이밖에도 특명사정의 대상은 아니었으나 사정활동결과에 연루되어 자리에서 소리없이 물러난 사람까지 합치면 1백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숫자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특명사정반은 지금도 검찰ㆍ경찰ㆍ안기부 등 지방조직이 있는 각급 사정기관으로부터 계속 지탄받는 인사들의 명단과 비리내용을 보고받고 있으며 일단 8월말까지 이 자료를 정리할 계획이다.
특명반은 공직자비리 내사이외에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부동산투기와 호화사치생활을 중점 추적하고 있다.
부동산투기부분은 적발되는 대로 계속 검찰ㆍ경찰과 국세청에 넘겨 명단을 발표케 하고 형사처벌ㆍ세금추징 등을 해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구속된 목영자씨와 딸 권정미씨의 형사처벌이 대표적인 케이스.
지난 6월14일 부산지검에서 최정환 부산상공회의소회장ㆍ박연종 태광기업대표ㆍ홍순천 파라다이스비치호텔대표 등 부산지역 유명인사ㆍ기업인 등 1백19명을 부동산투기 혐의로 입건했다. 또 6월18일 강용규 서울신탁은 전남대문지점장을 구속했으며 7월19일 치안본부에서 제주도 일대 부동산투기 혐의로 김호연 한양유통대표이사 등 45명을 입건했고 최남철 현대증권대표이사 등 1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달말쯤 불로소득및 호화사치 생활자들에 대한 내사결과 발표가 있을 예정인데 현재 부동산투기등으로 떼돈을 벌어 일정한 직업없이 외제차를 타고 다니고 골프여행을 일삼으며 대형빌라와 호화콘도등을 갖고 있는 호화사치 생활자 4백∼5백명을 추적해 2백명정도로 압축,정밀 내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같은 특명사정활동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특병사정반의 한계를 지적하는 소리도 없지 않다. 바로 정치인의 비리척결부분이다.
지난 7월초 정가를 흔들었던 영등포역 상가특혜분양과 관련된 정치인 개입여부가 문제됐을 때 정치권의 강한 역풍을 맞아 주춤했던 것이 대표적 케이스라 할 수 있다.
공식적으로는 『특명사정반에서 정치인을 내사한 적이 없다』고 발표됐지만 정치인들의 비리양태를 내사해 파악하고 있는 사정요원들은 이들을 성역시하는 데 대해 내부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는 후문이다. 특명사정반은 이런 분위기를 감안,정치인들의 비리는 정기국회가 끝나는 연말쯤 손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명반의 검은 돈줄 추적으로 민감한 영향을 받는 곳이 증권시장ㆍ은행을 비롯,경제계. 증권업협회는 내막적으로 상당히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의 유흥업소및 골프장출입 자제는 노대통령의 5ㆍ7시국특별담화 발표후 강화됐다가 지난 7월말부터 일부 완화됐다.
국무회의는 지난 7월21일 새정신실천소위를 열어 공직자들의 호텔및 유흥업소 출입은 계속 금지시키되 골프는 휴가중이거나 국회의원등 업무상 꼭 필요한 사람들과는 해도 좋다고 내막적으로 결정했다.<이규진기자>
□공직자 사정 일지
5월12일 발족
14일 서울시 김인식 종합건설본부장등 4명,구속(뇌물수수)
15일 이의원 울산 지방해운항만청장,면직(허가비리)ㆍ장진용 부산 동래경찰서장,면직(금품수수)
6월23일 김상조 전경북지사,구속(부동산투기ㆍ뇌물수수)ㆍ홍종문수협중앙회장,구속(선거금품 살포)ㆍ주현식 국방부 조달본부원가국 총괄관,해임(뇌물수수)
25일 곽경렬 경북공무원교육원장ㆍ김두동 울릉군수ㆍ김종원 경북감사담당관,직위해체(뇌물수수)
26일 김하경 전철도청장,구속(뇌물수수)ㆍ김재근철도청전기국장ㆍ한대연 서울철도차량정비창장ㆍ안승철 철도건설창전력계장,의원면직(뇌물수수)
7월3일 최찬식 건설부수자원국장,구속(뇌물수수)
19일 이준희병무청차장,의원면직(징병부조리)ㆍ이응재병무청총무과장,고발(뇌물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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