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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무료 병원-사랑의 인술 "활짝"|「사랑의 전화」서 운영…내달 1일로 개원 1주년 맞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각가지 질환으로 시달리면서도 경제적 여유 부족으로 고통을 당하는 노인들을 위해 사랑의 전화가 지난해 한국 최초로 문을 연 무료 노인 전문 병원 (서울 마포구 공덕동)이 오는 8월1일로 개원 1주년을 맞는다.
메마른 도심 한복판에서 훈훈한 사랑을 샘솟게 한 이 노인병원에는 그간 전국에서 몰려온 8만7천여명 (연 인원)의 노인 환자가 아픈 몸과 마음을 치료받고 돌아가 노인 복지의 상징적인 장소로 노인들간에 큰 화제가 되어왔다.
사랑의 전화 심철호 원장이 전국을 뛰어다니며 도움을 호소해 이에 응한 약 1만명의 「조용한 후원자」에 의해 운영되는 이 병원은 3명의 무료 봉사 의사의 사랑과 헌신에 찬 진료에 힘입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김종호 병원장 (70·내과)은 연대 의대를 졸업하고 17년간 일본의 노인 전문 병원에서 재직하다 지난해 귀국해 고국의 노인들을 위해 여생을 바치겠다는 일념으로 지난 1년간 매일 1백여명의 환자를 치료해 왔다.
노인병원 건너편에서 지난 25년간 대성의원을 개업해왔던 김종만씨 (61·가정의학)의 경우 노인병원 식구들의 선행에 감탄해 지난 4월 자신의 의원을 아예 문닫고 노인 병원에 합류했으며 중풍 전문가인 이원영씨 (34·재활의학) 역시 뉴욕 주립대 객원 교수를 끝낸 후 연대 보건과학 대학에서의 강의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이곳에 쏟고 있다.
김 원장은 『체력이 달리기는 하지만 웃고 돌아가는 노인들을 보면 즐겁고 보람이 있어 고단한 줄 모른다』며 『새벽 4시부터 줄을 서 온종일 기다리기도 하는 노인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고 노인 병원이 확장되거나 여러 곳에 생겨야 한다는 절실한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실제로 60세 이상의 노인을 대상으로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은 오후 4시 까지, 일요일은 휴무) 문을 여는 노인 병원은 복도는 물론 계단·화장실 입구까지 노인들로 꽉 들어차 통행이 불편할 정도.
지난 1년 동안 이곳에 들른 환자들의 10·3%는 멀리 전라도·경상도 등을 포함한 지방에서 오기도 했다.
혈액 순환이 안돼 노인병원에 들렀다는 신기묵 옹 (79·서울 은평구 응암동)은 『무료지만 일반 병원보다 더 친절해 그저 고마울 뿐』이라며 『이런 병원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병원에는 이들 3명의 의사들 외에도 자원봉사 간호원·물리치료사 등 20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치료받고 병이 나아 자원봉사자로 나온 노인들도 있는데 진료 차트를 각 진료실로 배달하기도 하고 환자들을 안내하기도 한다.
이들 어려운 노인 환자들은 병원 식구들의 고마움에「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노인들끼리 푼푼이 모은 돈으로 금반지 반돈 짜리 30개를 만들어 지난해말 사랑의 전화 식구들에게 전해 모두 함께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병원의 후원자들은 사랑의 전화 개설(81년) 이후 8년간 매달 1백만원씩 보내온 대한교육 보험 신용희 회장에서부터 지난 3년간 매달 1만원씩 직접 들고 찾아오는 남대문 시장 강아지 장수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대림 공업 전문대 학장과 교수·교직원들이 모두 매달 월급에서 1천원씩 떼 후원하고 있고 바로 빵 회사도 진료를 기다리는 노인들의 점심 등을 위해 지난 2년째 매일 1백개의 빵을 보내오고 있다는 것이다.
노인 병원의 진료과목은 내과·재활의학과·방사선과·물리치료과·가정의과 등 5개 과목. 내원 환자의 70%가 퇴행성관절염과 신경통, 15%가 고혈압, 10%가 위장질환을 앓고 있으며 기관지염·심장병·당뇨병 환자 등도 많다.
노인 병원 측은 노인들의 육체적인 질병치료 외에도 마음의 건강을 위해 다양한 기획을 하고 있다. 오는 8월1일에는 개원1주년을 기해 국수잔치·노인 모의국회 등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 <고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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