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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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옛 간도 땅을 밟으면 우리의 한 지방이나 시골 같고 혹은 조선의 축소판을 옮겨 놓은 것 같은 정감을 느낀다.
타의든, 자의든 한 푸른 고향 하늘을 등지고 뗘난 유민들이 삶의 발길을 옮긴지 1세기 전후가 된다. 이제 1세들은 가고 2∼3세들도 하마 가고픈 고국에 대한 꿈을 체념에서 희망으로 바꿔감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눈감은 1세들의 부평초같은 족적은 역사 전람관 한쪽에 모여져 피 흘려온 그날의 아픈 일대기를 보여주고 있다.
해란강 낮 달로 얼비쳐온 이민사의 젖은 죽지 위를 스쳐 가는 변방의 바람소리-.
그것은 삶에 볼모로 끌려가 이지러진 꿈의 화신이 헌신하여 흐린 눈을 닦게 함으로써 현실속에 오는 멀미 같기도 하다.
지난해 광복 44주년을 전후한 현지에서의 느낌을 옮겨 봤다.
■약력
▲1940년 충북 옥천 출생 ▲1969년 조선일보 신춘 문예 당선 및 시조 문학 추천 완료 ▲1983년 제1회 한국 시조 문학상 수상, 86년 노산 문학상 수상 ▲시조집 『다도해 변경』『채 밀기』 『바람꽃 우는소리』『백두여 천지여!』 (등정기) 등 ▲현재 국제 PEN클럽 한국 본부 이사 및 한국문인 협회 이사, 한국시조 시인 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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