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내 범죄·인종·성차별 심화|미 대학 "총체적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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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최근 미 대학 캠퍼스에서는 범죄의 급증과 인종 및 성차별주의, 그리고 소외감으로 인한 학생들의 학내갈등 표출이 갈수록 심화돼 상아탑이 붕괴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우려가 점차 높아가고 있다.
미 교육위원회(ACE)와 공동으로 조사한 카네기 보고서에 따르면 급속한 사회변화과정에서 파생된 긴장감이 캠퍼스 생활에 대한 정신적 희생을 요구하고 있으며, 학생들에게는 진리추구의 목적 재정립과 미래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대학의 지도력확보가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국 각주로부터 18개 대학을 선정, 학생 및 교수, 그리고 총장들과 탐방대담을 통해 완성된 이 보고서는 총장들이 느끼고 있는 학내 최대문제가 ▲약물복용(음주포함) ▲학생들의 무관심 ▲범죄 ▲교육시설의 미비 ▲인종문제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학생들은 교수와의 인간적 관계를 최우선문제로 꼽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카네기 보고서는 학생들이 사실상 학업보다도 친구들과의 관계 또는 서클활동 등을 통한 캠퍼스 생활자체를 더 중요시 여긴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과 교수들과의 관계는 더욱 소원해지고 학생들조차 학업과 학교생활을 격리시켜 나가고 있다.
이는 교수들이 연구활동과 비 연구활동(강의)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논문발표를 위한 연구만을 중요시 여기는 교수들의 태도에 명예경쟁에 급급한 대학당국의 풍토가 맞물려 교수들의 이같은 태도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더욱이 경쟁사회 속에서의 치열한 생존경쟁은 학생들에게 지속적인 압박감을 주고 있다.
과거에는 대학이 미래의 종착역, 즉 대학만 나오면 미래가 보장됐던 시기가 있었지만 이것도 이미 옛날얘기가 돼 버린 지 오래다.
결국 우수한 성적을 따내기 위해 발버둥치다가 스트레스와 자포자기의 절망감에 빠져 학생들은 음주와 사회 반항적이고 자폐적인 행위에 몰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85년 대학생들의 평균학습량이 수업시간을 제외하고 1주일에 16시간을 넘는 학생이 33%에 이르렀으나 88년에는 23%로 격감했다. 4년 제 대학에 등록된 전체학생의 4분의1이상이 도서실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나머지 학생들도 주당 도서실 이용시간이 네 시간도 채 안 되는 실정이다.
이러한 미국 대학의 총체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수와 학생사이의 관계증진이 최우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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