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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산수 어울린 풍광에 시심 일군다|충북북부 문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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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내륙의 바다로 불리는 충주호가 충주·제천시, 중원·단양군 등 4개 시-군을 묶는 충청북도 북부 권. 이곳은 차령과 소백산맥 사이의 넓은 분지와 높 낮은 산들, 그리고 남한강의 물이 어우러지며 기후 또한 온화해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천혜의 고장으로 꼽힌다. 이러한 천혜의 조건으로 남한강을 따르며 선사시대의 동굴과 고인돌·적 석총, 구석기시대의 유적지들이 널브러져 있어 일찍부터 취락이 발달된 지역임을 알 수 있다.
『땅속에서 우려 오는 더위와/신라적 모양의 벼꽃 향기가/그 때의 하늘 높다랗게/치솟아 오는 중앙 탑의 앙화./기단 밑으로 휘돌아 드는/유유한 옥강 위로/흰 범선은 보이지 않지만/먼 서해로 귀 기울이는/짙푸른 수심. /무더운 밤마다 /강물 속의 이무기와 잉어 떼가/신라의 선남선녀와 어우러져/탑 끝에서 별까지 닿는/향기로운 꽃길을 여는지/아 ! 서기로운 구름이 피어 있어.』(양채영의「칠층석탑」중) 통일신라 때 세운 7층 석탑은 일명 중앙 탑이라고도 불려 이 고장이 한반도의 정 중앙임을 알게 한다.
또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고구려비가 있고, 그 너머엔 백제 성이 있어 삼국의 유물을 간직한 채 이곳이 예부 터 영토확장의 치열한 격전장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역사는 가야 멸망 시 신라왕 앞에 엎드려 우륵이 망국의 한을 가야금줄로 뜯었고 임진왜란 때 신립 장군이 옥 쇄 했던 탄금대의 슬픔도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은 이 지역 문학에 스며들어 힘과 멋을 풍기게 한다.
현대문학사 초창기에 활동했던 이 고장 출신 문인으로는 유재형·박재륜·권태응씨 등을 들 수 있다.
1928년『조선시단』을 통해 시단에 나온 유재형(1907∼1961년)은 문학평론가 유종호씨의 부친으로 충주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며 신경림·정건부·이상화씨 등의 문인을 배출, 충주문학을 잇게 했다.
아동문학가 권태응(1918∼1951년)은 해방 후부터 동요를 발표하기 시작, 이 고장 아동문학을 열었다. 33세로 요절한 권태응은 그의 시『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파 보나마나 자주 감자/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파 보나마나 하얀 감자』라는「감자 꽃」이 새겨진 시비를 탄금대에 남기고 있다.
유재형·박재륜씨에 의해 이끌리던 충주문학은 64년 30대 전후의 시인들과 문학지망생들로 구성된 남한강문학 동인 회가 창립되면서 본궤도에 오르게 된다. 회장은 신경림씨가 맡았고 회원으로는 양채영·강덕식·김기태·이명동·안상훈·신은하·임강식·이윤경씨 등 이며 합평회와 시화전등을 개최했다. 1966년에는 충주시문학연구회(회장 양채영)가 결성돼 고등학생까지 참여시키며 문단 저변을 학대해 나갔다. 1967년에는 충주문예 동호인 회가 결성돼 충주시민을 대상으로 문학의 밤을 개최하는 등 좀더 적극적인 활동을 했다.
이렇게 소그룹을 이루며 활동하던 충주 문학인들은 1971년 한국문인협회 충주지부를 결성하며 시민을 상대로 한 문학활동을 펴 오고 있다. 현재 회장은 이계상씨가 맡고 있으며 전 장르에 걸쳐 30 명의 회원을 갖고 있다. 이중 절반인 15명 정도가 중앙문단에 데뷔했다.
충주 문 협의 주된 활동으로는 백일장, 시 낭송대회, 시화전 개최와 작품강평 회, 기관지인『충주문학』간행 등을 들 수 있다. 초·중·고·대학생 및 일반을 대상으로 연1회 실시하고 있는「강수백일장」에는 해마다 3백∼4백 명이 참가, 성황을 이룬다.「강수」는 이 고장 출신으로서 신라 때의 대문장가 임강수의 이름에서 따온 것. 각급 학교에서 소수의 학생을 선발해 연 1회 갖는 시 낭송 대회는 학생들에게 문학에의 꿈을 심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역시 연 1회 회원들의 출품작으로 갖는 시화전은 시민들에게 문학의 향기를 전하는 역할을 한다. 또 격월로 갖는 강평 회를 통해 회원들의 작품을 가다듬고 있으며 83년부터 연간으로 내고 있는 기관지『충주문학』을 통해 회원들의 작품을 모으고 있다.
충주와 청주를 잇는 유일한 동인인 내륙문학 동인 회는 72년 구성돼 충북문단 본격문학동인의 효시를 열며 지금까지 활동해 오고 있다. 충주문인으로서는 박재륜·김현길·안병찬·양채영·강우진·강준희·정연덕·홍경식·김기태·강성일씨 등 이 참여하고 있다.
1979년 정연덕·윤송연씨가 주축이 돼 결성된 중원문학회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안병찬씨를 회장으로 현재 회원은 24명이나 충주 문협 회원과 대부분 중첩돼 있다. 이들은 청소년문학상을 제정, 초·중·고등학생들의 문 재를 발굴·육성하고 있는 것이 특징. 또 중원문학회는 연간으로 간행하고 있는 동인지『중원문학』에 작고 향토출신작가 추모특집 란을 마련, 그들의 문학적 성취와 향토 문학에 끼친 공헌 등을 재조명하며 충주문학의 자존심을 세워 나가고 있다.·
83년 충주에서 조직된 충북 숲 속 아동문학회는 충북 전체에 걸친 아동문학희로 현재 회원 18명을 갖고 있으며 충주지역 아동문학가로서는 이영두·유근원·유선열·윤향옥·윤은상·김낙석·조재성씨 등 이 참여하고 있다.
한편 건국대 충주캠퍼스·충주공업전문대 생들도 문학서클을 결성해 문학의 밤, 작가와의 대화 등 문학행사를 개최하며 충주문학발전의 밑거름 구실을 하고 있다.
충주댐 건설로 신 단양과 구 단양으로 나뉜 단양군 문학인들도 88년 단양문학회를 결성, 기관지도 내고 월례합평회도 열고 있다. 회원으로는 전 장르에 걸쳐 24명을 확보하고 있으나 등단한 문인이 한 명도 없는 순수 아마추어모임으로 이끌어 줄 사람이 없어 아직 뿌리를 못 내리고 있다.
박달재·치악재·죽령재 등으로 막힌 제천시는 때문에 구한말 의병들의 근거지 역할을 해서인지 문학전통은 약하다. 그러나 76년 제천문학회를 결성, 강한 응집력으로 뭉쳐 서로 문학수업을 쌓으면서 문보다는 무의 전통이 더 강한 이 고장 에 문학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나는 산이 되어 그대를 부르고/그댄 강의 품으로 날 안나니/산맥의 긴 뿌리가 /그대 깊은 가슴에 있어/눈부신 초록으로 피어나 /산등을 뒤덮고 하늘을 물들이니/그대 맑은 저 하늘에 /난 사무치고 싶어라』(허의행의「충주호(1)」전문).
문화전통과 물·산이 어우러져 풍광도 선경을 연출하고 있는 충북북부 문학 권. 남한강 유역의 번영과 투쟁의 역사, 그리고 탄금대의 한과 가락, 유유히 흐르는 물 등 주위의 환경이 작품 속에 흘러들 때 이 고장 문학은 향토문학의 특성을 살리면서 한국문학으로 커 나갈 것이다. <충주=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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