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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중견기업] 손오공… 500억 토이왕국 키운 '장난감 천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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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장난감 업체 '손오공'은 삼장법사의 '수석 보디가드'인 손오공처럼 요술을 부리는 회사다. 1986년 허름한 기계 하나로 촌스러운 플라스틱 장난감을 만들던 회사는 20년 만에 세계 30여 개국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우리나라 대표 완구 회사로 성장했다. 현재 판매하는 장난감만 200여 종.

세계적인 히트를 했던 21세기판 팽이 '탑블레이드'와 어린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었던 만화영화 '영혼기병 라젠카''하얀마음 백구' 가 모두 손오공의 작품이다. 스타크래프트로 유명한 블리자드사의 '워크래프트3'의 국내 판매권도 가졌다. 이 회사 최신규(51.사진) 대표의 인생도 '서유기'의 손오공 못지않게 다사다난했다.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던 소년이 연 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의 대표로 우뚝 서기까지야 오죽 할 말이 많으랴.

◆못 배운 열등감이 성공의 원동력=세 살 때 아버지가 사망하자 행상을 하던 어머니는 가난 때문에 그를 시골 삼촌 집에 보냈다. 최 대표의 공식적인 학력은 초등학교 중퇴. 친구들이 중학교에서 영어공부를 할 때 그는 염산 냄새를 맡으며 금은방에서 세공 일을 했다. 3년 뒤 금 세공이 손에 익을 무렵 금 도둑 누명을 쓰고 금은방에서 쫓겨났다. 어린 나이에 받은 마음의 상처 때문에 영등포 뒷골목을 전전했다. 하지만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다'는 열등감은 그에게 성공에 대한 열의를 불태우게 했다. 선반.주물 기술을 배워 번 돈으로 1974년 열아홉의 나이에 셋째 형과 함께 수도꼭지를 만드는 조그만 공업사를 차렸다. 그러나 79년 경기 침체로 회사는 문을 닫았고, 신혼 초 어린 딸을 업은 부인과 여관방을 전전하는 생활이 계속됐다.

◆'끈끈이'에서 '탑블레이드'까지=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일하며 푼푼이 재기 자금을 모아가던 시절.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미래에는 어린이 관련 사업이 성공한다'는 내용이었다. 86년 형제.지인들로부터 어렵사리 빚을 얻어 손오공의 전신인 '서울화학'이란 장난감 회사를 세웠다. 그리고 승부수를 던진 게 '끈끈이'다. 끈끈이는 유리창이나 벽에 던지면 질질 흘러내리는 장난감. 개당 100~200원짜리 끈끈이로 40억원의 기록적인 순익을 냈다. 이후 럭비공처럼 튀는 장난감 공인 '도깨비볼', 뒤집어 놓으면 소리를 내며 튀어오르는 '팝콘' 등 잇따라 히트작을 내놓았다. 94년엔 국내 최초로 개발한 합체 변신 로봇인 '그레이트 다간'을 선보이며 로봇 완구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손오공의 히트작은 대부분 최 대표의 머리에서 나왔다. 그는 "어렸을 때 폐건전지와 돌멩이를 장난감 삼아 놀면서 키웠던 엉뚱한 상상력이 아이디어의 원천"이라고 했다. 최 대표는 요즘도 틈만 나면 동네 놀이터와 문방구를 뒤지고 다니며 어린이들이 무엇을 가지고 노는지 살핀다. 날마다 어린이 신문과 만화영화를 보고, 이웃 어린이들과 새로운 상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교환하기도 한다.

글=손해용<hysohn@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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