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음 기법」새장 연 쇤베르크 음악 대중성 싸고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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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고전음악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현대음악의 새장을 연「12음 기법」의 쇤베르크 음악시대는 끝나는가.
낭만주의적 화음과 멜러디를 거부하고 연속적인 음의 배열만으로 만들어진 쇤베르크류의 음악들에 대한 비판론과 옹호론이 미국에서 또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40년대 이후 현대음악의 혁명이라 불렸던 12음기법의 무조음악은 70년대 이후 또 다른 전위음악들에 밀려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음악회나 콩쿠르 등에서 실제 연주되기 보다 이론가. 평론가들에 의해 논의돼오기만 했던 쇤베르크류의 음악이 일반콘서트에서 자주 연주되는 상반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장음계나 단음계로 구성된 음악이 아니라 가치부여가 일정한 음의 배열만으로 작곡한다고 해서「음열주의」(Serialism)라고도 불리는 쇤베르크류의 음악이 대중의 귀에도 먹혀들어 갈 수 있느냐 시험대에 선 것이다.
전위예술이 폭발했던 60년대 이후 이른바 장식음이나 복합적인 화음을 최대한 억제하는 미니멀리즘으로 대표되는 필립 로라스, 스티브 라이히, 테리 라일리 등이 쇤베르크 음악에 반기를 들어 70∼80년대엔 그 주도권을 크게 위협했다.
미니멀리스트들은 비평가·음악가들로부터 지나치게 나이브하고 단순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대부분 신선하고 이해하기 쉽다는 옹호를 받았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미국의 음악비평가 도널 레너헌은 최근 뉴욕타임스지의 한 칼럼에서 『쇤베르그류의 음열주의는 곤경에 처했다』고 단언하고 쇤베르크에서 비롯된 난해한 현대음악이 종말에 직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또 다른 음악비평가 저메이크 하이워터는『이제 쇤베르크류의 음악이 콘서트홀에서 인정받는 시대가 왔다』며 상반된 견해를 펴고있다.
하어워터는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지에 최근기고한 글에서『미국 내에서 현상적인 이유만으로도 쇤베르크류의 음악이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하고있다.
즉 현재 대부분의 연주자·지휘자들은 쇤베르크와 베르크, 베베른 등의 작품을 다루고 있고 이 음악들의 콘서트나 레코딩이 폭증하고 있으며 현재 활동하는 거물 작곡가들은 모두 하나같이 쇤베르크에게 크게 영향받았다는 것.
특히 하이워터는『음악의 지속적인 존속 여부는 콘서트 홀에서 판가름난다』며 수개월 전 쇤베르크의 피아노협주곡 42번을 일본계 피아니스트인 우치다 미쓰코와 협연해 크게 성공한 클리블랜드 오키스트라를 예로 들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보스턴심퍼니 오키스트라가 12음기법의 알프레드 슈니트케의 비올라 협주곡을 미국에서 초연한 것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 공연은 쇤베르크류의 실험적 음악을 공식적으로 억압했던 소련에서 어렵게 이 음악을 이어오고 있는 게나디 로제스트벤스키가 지휘를 맡아 더욱 주목받았다.
이 공연에서「일체의 친숙함을 배격하는」슈니트케의 음악은『도전적인 혼란스러움으로 가득 찼다』『충격적 요소로 청중들을 열광시켰다』는 등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다른 비평가는 이러한 슈니트케의 음악은『19세기 바그너류의 낭만주의와 20세기 쇤베르크류의 음열주의가 현재 공존하고 있고 일반인들에게 공통되는 음악언어로 뒤섞이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주장하고 있다.<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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