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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고비넘긴 고르비 「개혁ㆍ개방」2기 출범(뉴스파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G­7 정상회담 알맹이 없이 폐막… 쿠바ㆍ케냐에도 변혁 기미
지난 2일 개막돼 13일 끝난 소련공산당 제28차 당대회는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정책의 진수를 서방세계에 보여준 한편의 대하드라마에 가까웠다. 4천7백여명의 대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일 격렬한 토론을 벌여가며 당서기장ㆍ부서기장을 가장 민주적절차인 무기명 비밀투표로 뽑는가하면 당규약과 강령 등을 수정하고 채택해 나가는 모습은 확실히 과거의 공산당대회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었다.
강경보수파와 급진개혁파의 틈바구니에 끼여 좀처럼 입지를 구축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이던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특유의 카리스마적인 영도력을 발휘,실질적으로 당2인자격인 부서기장에 자신이 지명한 블라디미르 이바시코를 당선시킴으로써 그의 위상에 뭔가 불안한 눈길을 보내던 서방세계에 확실히 뭔가를 보여줬다.
대회 막판에 급진개혁파의 기수 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의장과 모스크바ㆍ우크라이나시장 및 민주강령파가 탈당을 선언,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입장을 다소 난처하게 만들기는 했으나 당초 예상됐던 분당으로 인한 대혼란이나 동요는 없었다.
물론 고르바초프 대통령으로서는 당개혁을 통해 당이 페레스트로이카의 전위역할을 맡도록 하겠다던 당초의 기대가 무산됐고 보수파의 제동에 의해 당규약이나 강령의 대폭적인 수정이 실패로 끝나고 말았지만 그의 강력한 정적이었던 리가초프를 완전 제거함으로써 개인적인 승리를 거뒀다.
다시말해 고르바초프는 이번 당대회를 통해 「정치적 승리」를 거두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도 개인적으로는 「승리」를 거둔 셈이어서 앞으로 그의 집권 2기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주 공산당대회 못지않게 세계의 관심을 모았던 것은 9일부터 11일까지 미국의 휴스턴에서 열렸던 서방7개국 선진정상회담이었다.
그러나 당초의 기대나 관심과는 달리 이번 G7회담은 폐막성명에서 밝힌 84개항의 거창한 합의사항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큰 알맹이가 없었다는 평이다.
이같은 평가는 7개국 정상들이 소련에 대한 조건부 원조에 합의는 했으나 6개월간의 검토작업이라는 꼬리가 붙었고 농산물에 대한 보조금의 점진적 삭감에 합의했지만 앞으로 실무진간의 교섭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예상될 것이라는 점에서 나온 것 같다.
이와 같이 「총론합의 각론미결」의 상태로 이번 회담이 끝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자국의 국가이익 앞에는 어느 국가도 쉽사리 양보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미국을 제외한 각국이 자국의 농민보호를 위해 농산물에 대한 가격보조금 철폐를 끝까지 반대했는가 하면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은 지지하지만 즉각적인 경제원조에는 난색을 표했고 중국에 대한 전면적인 경제제재조치 철폐에도 쉽사리 고리를 풀려하지 않았다.
○…쿠바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외국공관에의 망명요청 사건은 제2의 알바니아사태를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전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는 세계 몇개국중의 하나인 쿠바에서 일어난 이 연쇄망명사건이 아직은 알바니아와 같이 수천명에까지 이르지는 않고 있지만 쿠바정부의 대응여부에 따라서는 그럴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기도 어려워 계속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알바니아인들의 대량 망명사태가 알바니아 정부의 개혁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듯 쿠바 사태도 내부개혁을 몰고 올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하겠다.
지난주 케냐를 휩쓸었던 반정부시위는 동유럽에서 시작된 민주화열풍이 아프리카 검은 대륙으로까지 번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코트디부아르ㆍ가봉ㆍ자이르ㆍ잠비아 등의 집권자들이 이미 자국의 민주화시위에 일정한 양보를 했듯 케냐도 국민들의 다당제 요구등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여 소수 엘리트나 특수부족만이 누리던 부와 귀가 전국민의 것으로 확산될 날이 점차 다가오는 것으로 보여진다.〈고흥길 외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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