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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 걱정 없는 유일한 선진국 미국 인구 3억 명 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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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17일 오전 7시46분(한국시간 오후 8시46분) 미국의 인구 시계가 3억 명을 가리켰다. 1620년 청교도 102명이 탄 메이플라워호가 신대륙에 상륙한 지 386년 만이다.

미국의 인구는 중국.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셋째로 많으며 증가율도 선진국 최고 수준이다. 이 추세라면 2043년에는 4억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유엔인구기금(UNPFA)은 2050년쯤 되면 미국이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인구 부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출산율 1.8의 '저출산 국가'인 미국의 인구가 이처럼 팽창하고 있는 것은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이민자들 덕분이다. 현재 31초마다 1명씩 새로운 이민자가 미국 땅을 밟고 있다.

◆ 히스패닉의 힘=미 인구국은 16일 3억 명째 미국인을 찾아 발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인구 유출.입이 잦고 출생.이민 등 증가 원인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 언론들은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히스패닉 이민자의 후손'이 그 주인공일 것으로 보고 있다. '3억 시대'를 열어젖힌 힘이 히스패닉 이민자들로부터 나왔다는 의미다. 미국 내 히스패닉은 2003년 4000만 명을 넘어서며 흑인을 제치고 최대 소수민족으로 부상했다. 내년엔 구매력에서도 흑인을 제칠 것으로 보인다.

자연히 정치적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올 초 불법 이민 규제를 내용으로 한 이민법 개정이 쟁점으로 부각되자 히스패닉 이민자들은 LA에서 100만 명을 동원한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등 무서운 결집력을 보이며 정계를 긴장시켰다. 1967년 인구 2억 돌파 당시 백악관 주도로 요란한 기념식이 벌어졌던 데 비해 이날 특별한 행사가 열리지 않은 것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민 문제와 결부돼 있기 때문이란 게 현지의 분석이다.

◆ 축복이냐, 재앙이냐=벌써 '미국은 만원'이란 비명이 곳곳에서 들린다. 급속한 도시화와 인플레로 미국인들의 평균적인 삶의 질이 추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도 전 세계적인 환경 재앙과 에너지난을 경고하고 있다. 미 환경인구센터의 비키 마크햄 국장은 "미국인의 소비력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감안하면 미국 인구 증가는 전 세계 환경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구폭발론'이 기우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인구연구기구(PRI)의 스티븐 모셔 대표는 "앞으로 급속한 고령화가 예상되는 만큼 현재의 경제규모와 복지제도를 유지하려면 지금의 인구증가율도 오히려 부족하다"고 밝혔다. 현재 미 대륙 전체의 4.7%만이 개발된 상태라 인구가 4억이 되더라도 인구 밀도는 독일의 6분의 1 수준이 될 뿐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미 인구국의 전 국장인 케네스 프레윗은 "인구 증가가 미국의 고민거리인 것은 사실이지만 인구 감소보다는 훨씬 풀기 쉬운 문제"라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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