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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논술방] 조상들의 과학지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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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가> ① 옛날 조선시대에 우리나라는 철저한 농업 국가이었다. 그래서 날씨가 농사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농부들은 어떻게 하면 날씨를 알 수 있을지 고민을 했고, 그것이 우리나라에 날씨에 관한 속담이 많은 이유이다.

<나> ② '달무리가 지면 비가 온다.' ③이 속담은 맞는 말이다. 달무리는 8㎞ 정도의 높이에 권층운이 나타날 때 생기는 것으로서, 구름 속에 가늘고 무수한 빙정 때문에 달빛이 굴절되어 생긴다. 그런데 권층운이 거의 전 하늘을 덮게 되면 온난전선이 가까워짐을 뜻하므로 차츰 구름의 높이가 낮은 중층운, 하층운이 밀려와서 비가 오게 된다.

<다> 맑은 날을 예상해 주는 속담으로는 '올빼미가 울면 맑다' 라는 속담이 있다. 올빼미는 낮에 숲에 숨어 있다가 밤에는 나와서 들쥐나 곤충을 잡아먹는다. 날씨 좋은 날 밤에는 활발히 활동하기 때문에 우는 소리가 힘차고 좋아서 우리 귀에 잘 들린다.

<라> 긴 시간의 날씨를 예상할 수 있는 속담으로 '은하수에 구름이 없으면 10일간은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주로 여름에 해당하는 것이다. 여름 밤 은하수 부근에 구름이 없어 은하수가 맑게 보인다는 것은 기온이 높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 ④그 외에도 많은 속담이 있다. 역시 조상들의 과학 기술은 뛰어났다. 이렇게 많은 속담을 만들었으니 말이다. 우리는 이렇게 조상들의 생활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을 발견해 나가야 한다.



날씨 속담 집중 분석, 짜임새 탄탄 … 분량 지켜야

첨삭·총평

250자 정도 더 썼다. 분량도 '논제가 요구하는 지킴사항(논제요구조건)'이다. 글의 양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엇나간 주장, 되풀이 내용 등을 과감하게 줄여야 완성도가 높아진다. 한 문장에서 굳이 없어도 돼는 낱말도 군살이다. ①은 "조선시대는 농업 국가였다"로 써도 좋단 얘기다.

<나>와 <라>에선 근거를 생생하게, 특히 기상과학 전문용어는 쉽게 풀이해 줘야 한다. 어려운 걸 쉽게 써야 좋은 글이다. <나>에 다음 내용을 섞어 좀 더 쉽게 썼다면 어땠을까. "달무리는 달빛이 빙정(기온이 낮은 하늘의 얼음알갱이)을 지나다 꺾이면서 생긴다. 달무리는 빙점(권층운)이 없으면 생기지 않으므로 달무리가 지면 비가 올 징조다."

여러 속담을 중구난방 쏟아낸 게 아니라, 날씨 속담만 분석한 선택과 집중의 짜임새가 완성도를 높였다. 자료를 열심히 찾아본 땀의 결과다. 하지만 자료를 소화하지 못한 채 옮겨 적지는 않았는지 의문이다. 특히 <나>와 <라>의 문체는 다른 부분에 비해 매끄럽지 않다. 자료는 소화해, 자기 글말로 되새김질해야 글쓰기의 참된 태도다.

논제가 속담 속 과학을 찾아내는 것이니만큼 ②는 " '달무리가 지면 비가 온다' 는 속담엔 과학이 숨어 있다"로 써줘야 한다. <마>(④) 또한 논제와는 조금 빗나간 논지이므로, 분량 안배를 위해서라도 없는 게 낫다.

노만수 서울디지털대 문예창작학부 초빙교수 학림논술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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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사항: 도덕 책 속 '공공의 이익'이란 낱말을 글 안에 꼭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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