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문점 개방… 북한속셈 “아리송”(뉴스파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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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상가특혜 수사종결에 의혹/강총리 사표 소동 뒷맛 씁쓸
롯데건설의 서울 영등포역사상가 특혜분양사건이 정치권에 회오리를 몰고왔던 지난주는 강영훈총리의 사표파동과 국회상임위 활동이 있었고 특히 남북대화의 돌파구를 예고해주는 의미있는 일들이 전개됐다.
영등포역사 특혜분양사건은 평민당의원 6명외에도 민자당 4명ㆍ민주당 1명등 모두 11명의 의원이 관계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에 충격을 던지고 국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특혜분양사건은 여야 중진의원들의 개인적 비리설까지 겹쳐 정가를 흔들었다.
관련 의원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명되면서 「한국판 리크루트사건」「제2의 현대아파트사건」이란 말도 나왔다.
그러나 4일 이종남 법무장관은 국회에서 검찰의 단 하룻밤 「번개수사」를 근거로 『이미 본인이 시인한 1명외에 다른 관련 의원은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사건의 확대를 원하지 않는 정치권은 안도했으나 국민들에겐 여전히 의혹을 남겼다.
「진화용 수사」 또는 「면죄용 수사」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국회교체위(위원장 이대엽)는 이법무장관 해명 다음날인 5일 영등포역사 사건 진상파악소위를 구성,9일부터 활동에 나서기로 하고 분양자 37명의 명단 공개를 촉구했다. 그러나 진상파악소위가 과연 제 살을 깎는 조사를 해낼 것인지 의심스럽다.
영등포역사사건은 검찰의 진화시점이 서울시예산 전용파동과 맞물리면서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아니냐는 소문과 함께 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3일 강영훈국무총리의 시인,사과로 일단락된 것으로 보이던 87년도 서울시 예산전용 문제는 5일 강총리가 전격적인 사표를 제출함으로써 또 한차례 정가에 파문을 일으켰다. 「서기관급이 써주는 국회답변용 문건을 읽는 대독총리」라는 공격을 받아왔던 강총리는 자신의 의사에 반해 여야총무가 써준 합의문을 「대독」한데 대해 뒤늦게 개인적 분노를 터뜨렸다.
그러나 5일 노태우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해 결국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났지만 총리의 사표제출 「소동」은 강총리개인에 대한 동정과 이해라는 측면보다는 어딘가 개운치 못하다는 여론의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여야 합의문을 총리가 대독하는 비상식적인 사표소동뒤에는 총리개인의 소신외에 행정부와 야당은 물론 민자당내 민정ㆍ민주계간의 갈등과 속셈이 숨어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어 명쾌하지 못한 뒤끝을 남겼기 때문이다.
북한측에 의해 중단됐다 5개월만인 3일 판문점에서 개최됐던 남북고위회담 제7차예비회담에서 8월26일이전에 양측 총리를 수석대표로 하는 남북고위급회담을 서울에서 개최키로 함으로써 한반도에도 일단 새로운 조짐을 던졌다.
이날 합의에 따라 남북양측은 6일 오전 판문점 중립국감독위 회의실에서 고위급회담개최에 관한 합의서 작성을 위한 실무대표접촉을 갖고 전문과 19개항에 걸친 합의서 문안에 사실상 합의함으로써 남북고위급회담의 서울개최가 가시권속으로 들어오게 됐다.
고위급회담이 이처럼 진전될 수 있었던 것은 북한측이 세계적 화해의 조류를 외면하기 어려운데다 우리가 지금까지 거부하던 북한측 요구를 대폭 수용했고 소련ㆍ중국의 대북한개방압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북한은 7일 오전 중앙방송ㆍ평양방송등 보도매체를 통해 「돌연」 조국평화통일위원회(위원장 허담)명의로 성명을 발표,우리정부의 방북허가제와 국가보안법등을 비난하고 판문점개방을 통한 「인민들의」 전면 자유왕래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같은 북한의 「판문점 개방」선언은 대남교란을 위한 양면전술이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긴장완화와 조국통일의 기대와는 다른 측면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북측의 판문점 개방선언은 전민련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8ㆍ15 범민족대회와 맞물려 정부와 재야,그리고 남북한당국이 마찰을 불러일으키게끔 유도하는 측면도 있다.<박병석정치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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