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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T 토플시험 응시생 "제발 시험 좀 칩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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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달 국내에 새로 도입된 '인터넷 토플시험(iBT, Internet-based Testing)'에 대한 응시생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미국 측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서버 문제로 시험이 갑자기 취소되거나 시험 시간이 지연되는 등 사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주관사인 미 교육평가위원회(ETS)가 시행하는 토플 시험은 해외 유학이나 외고 및 일부 대학의 특차 전형에 폭넓게 통용되는 국제 공인 영어시험. 국내에서만 연평균 8만여 명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응시생의 15~18% 규모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iBT 토플시험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아시아.아프리카 등지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탓에 ETS의 서버가 불안정할 경우 시험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 "일방적 취소로 수험생만 골탕"=이달 1, 6, 8, 15일 숙명여대에서 치를 예정이던 시험이 최근 모두 취소됐다. 이 학교에선 지난달에도 서버 불안으로 시험이 도중 중단됐다. 수험생들은 8월부터 응시와 함께 자신의 편의에 따라 시험장을 선택한다.

숙대 측은 지난달 10일 기술적 문제로 시험을 정상적으로 치르지 못해 수험생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앞으로 12월까지 예정된 시험에 장소를 제공하지 않겠다"며 한미교육위원단(토플시험 국내 대행사)에 통보했다. 미국 측 서버문제였음에도 마치 숙대의 잘못인 것처럼 알려져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교육위원단 측은 9월 말에야 이 같은 사실을 응시생들에게 통보했다. 하지만 한 응시생은 "시험 전날까지 아무런 통보가 없었다. 인터넷 토플 카페를 보고서야 시험이 취소됐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각종 토플 관련 인터넷 게시판엔 응시생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갑자기 시험이 취소돼 다른 시험장을 찾을 수 없어 유학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는 불만이었다. 실제로 숙대에서 시험을 치를 예정이었던 200여 명의 수험생들은 전주.군산 등 지방의 시험장을 알아보느라 비상이 걸렸다. 서울의 경우 고려대 등 네 곳의 시험장이 모두 예약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 시험 시간 지연도 다반사=서버 접속 불량으로 시험 시간이 지연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외국어대에선 시험 도중 서버가 말썽을 일으켜 오후 6시에 시작된 시험이 자정이 다 돼 끝나기도 했다. 인하대에서도 지난달 말 수험생들이 2~3시간 기다린 끝에 시험이 시작된 일이 있었다.

일부 수험생들은 "ETS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벌이자" "CBT 방식을 재도입하기 위한 서명 운동을 벌이자"등의 주장을 펼치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이 낮아 현재로선 뾰족한 대책이 없다. ETS의 홍보대행사인 에델만 측은 "시행 초기에 생긴 기술적인 문제로 조만간 개선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정강현 기자

◆ 국내 토플 시험 현황

-시험 방식:iBT(인터넷 기반 시험)/9월 1일부터 기존 CBT 방식을 대체

-연평균 응시생:8만여 명(2003~2005년 기준)

-시험 응시료:170달러(9월 1일부터 인상)

-연평균 총 응시료:130억원(2003~2005년 기준)

-시험 횟수:월 평균 5~7회

-주관사:미국 ETS(미교육평가위원회.Educational Testing Services)

-국내 시험 대행사:한미교육위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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