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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길 한산모시 옛 명성 되찾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화학섬유에 밀려 사양길을 걷던 충남 서천군 한산 세모시가 옛 인기와 명성을 되찾고 있다.
짜임새가 정교한데다 입성이 가볍고 투명해 곧잘「잠자리 날개」로 비유되는 세모시는 지난 50년까지만 해도 연간 생산량이 20만 필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았었다.
그러던 것이 값싸고 간편한 화학섬유가 대량으로 생산되면서 급격히 쇠퇴해 60년대에는 6만8천 필, 70년대에는 2만5천 필, 80년대에는 5천 필로 해마다 생산량이 줄어 사양길이 아니라 아예 사라질 위기에 이르렀었다.
그나마 명맥이 유지돼온 것은 67년 인간문화재 제14호로 지정된 문정옥씨(62·여·한산면 지현리86)와 뒤이어 충청남도지방문화재 제1호로 지정된 나상덕씨(56·여·한산면 용산리458)가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부업으로 모시를 짜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5∼6년 전부터 전통 옷감인 모시의 실용성이 다시 되살아나면서부터 이곳 한산 모시를 짜는 손길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한동안 구경하기조차 힘들였던 모시풀이 여기저기에서 자라 수확을 기다리고 있는 데다 닷새마다(1, 6일)열리는 한산모시 시장엔 초여름의 밤 안개가 채 가시기 전인 새벽5시부터 7시까지 전국에서 모여든 5백여명의 아낙네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요즘에는 모시가 전통 한복감뿐만 아니라 투피스·재킷 등의 고급 양장 감으로 쓰여 이제는 모시옷이「멋쟁이 여성」의 필수품으로 돼버려 앞으로 수요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모시풀의 재배면적도 점차 늘고 있다. 모시풀은 다른 작물과는 달리 뿌리로 번식하기 때문에 재배면적이 급격히 느는 것은 아니나 한때 2.8ha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8.6ha, 올해에는 11.7ha로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현재 생산되는 모시풀은 수요물량에 훨씬 미치지 못해 모시의 1차 원료인 태모시를 전남 고흥·보성 등지에서 들여와 모시를 짜고 있다.
모시의 하루거래량은 1천 필로 지난해보다 2백∼3백 필이 늘어났다.
값도 많이 좋아져 가장고운 상저가 1필에 30만원선, 중저가 25만원선, 막저가 l8만원 선으로 지난해보다 2만∼4만원 가량 오른 값에 팔리고 있다.
이 때문에 모시생산농가도 81년 50여 가구에서 현재 6백여 가구로 늘었으며 연간 모시생산량도 80년엔5천 필에 불과하던 것이 올해는 2만5천 필이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모시는 태모시를 물에 띄워 바래게 한 뒤 1필을 짜기까지 5개월이 걸린다.
처음엔 태모시의 껍질을 벗겨 물에 넣어 녹색을 빼내(훑기)이빨로 모시를 짼 후(째기) 쩐지에 걸고 이어나간다(삼기).
그런 뒤 둥그렇게 굿을 만들어 일부는 베틀의 날줄용으로 날고(날기), 씨줄을 베틀 도루마리에 맨 뒤(매기)꾸리를 만들어 틀에 넣고 짠다(짜기).
한산 모시짜기 도 지정인간문화재 나씨는 『전통의 맥이 끊기는가 싶었는데 세모시가 다시 빛을 보게돼 기쁘다』며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중국산 막모시가 대량으로 들어와 걱정이라고 말했다.【서천=박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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