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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단체 "주먹구구" 해외공연 잦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무용단체들의 해외공연이 줄을 잇고 있다.
이미 한국 현대무용단이 유고예술제에 참가키 위해 출국한데 이어 동랑댄스 앙상블이 홍콩예술제에, 국립무용단이 영국 에든버러축제에, 정재만 교수(숙대)가 이탈리아와 프랑스 민속춤 축제 등에 참가한다.
또 서울현대무용단과 애지회는 미국에, 발레블랑은 프랑스에, 툇 마루무용단과 한무회는 불가리아 및 헝가리 에, 믹오로시 발레단은 캐나다에, 남정호 교수(경성대)는「일본 모던댄스365」라는 아시아지역 현대무용가들의 축제에 참가하는 등 이번 여름동안에 만도 줄잡아 5백명 이상의 한국무용인들이 해외 나들이를 한다.
그러나 해외공연에 나서는 무용단체들이 과연 우리 무용예술을 외국관객들에게 자랑할 수 있을 만큼 제대로 준비했느냐는 의문이다.
이와 함께 현지 외국인들이 대부분 여름휴가를 떠나버린 텅 빈 도시에서의 공연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특히 해외 동문회·교민회 등 비 문화예술관계기관 및 단체가 초청하거나 여행사의 알선으로 추진된 해외공연의 경우는 초라하고 어수선한「집안잔치」처럼 끝나 현지 언론의 관심을 전혀 끌지 못하기 십상이고, 심지어 일행 중 한두 명만이 유명무실한 공연에 잠시 참가할 뿐 나머지 수십 명은 관광과 쇼핑에만 몰두하는 등 석연치 않은 뒷 얘기를 남긴다는 지적도 있다.
무용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대학에 몸담고 있는 만큼 방학기간을 이용한 해외무용공연 행렬이 점점 길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어떤 작품을 어디서 어떻게 공연하느냐는 점이다.
7∼8월은 대부분 국가들의 공연계가 하한기를 맞아 평론가 등 무용전문인들과 일반 관객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덕분에 망신을 덜 수 있으니 차라리 다행』이라는 비아냥거림도 있으나 어차피 적지 않은 비용·시간·노력을 들여 공연할 바에야 공연할 현지의 실정을 미리 파악해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10년 전부터 해외공연을 거듭하면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출연료까지 받는 등 보기 드문 초청조건으로 해외공연을 하고있는 창무회의 기획담당 허연심씨는『항공료, 숙박비, 단독 공연인지 아니면 그 밖의 축제나 기념행사의 일부분인지 여부, 공연장의 음향·조명시설과 크기 등을 신중히 검토한 뒤 그에 맞는 레퍼토리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적절한 공연작품과 함께 현지언어로 된 공연안내자료와 기념포스터 및 엽서·플래카드 등을 미리 준비하고 현지평론가 초청간담회를 마련하는 등 세심하고도 적극적인 배려도 성공적인 해외공연의 필수조건이다. 무용관계자들은 한국무용협회가 국제분과를 두어 풍부한 해외공연정보를 제공하고, 해외공연경험이 적은 무용단체는 공신력 있는 공연기획사의 도움을 받아 무모한 주먹구구식 해외공연을 피해야한다고 말한다.
실적위주의 무분별한 해외공연으로 경제적 낭비와 한국문화예술의 평가절하 등 역효과를 낳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준비와 점검이 절실히 필요하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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