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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씨 차남 결혼식, 대선자금 얘기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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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5일 오후 서울 성북동 성당에서 열린 아들 수연씨 결혼식에 온 최병렬대표와 악수하고 있다.[연합]

SK비자금과 관련해 대선 자금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의 차남 수연씨의 결혼식이 25일 오후 2시 서울 성북동 성당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최병렬(崔秉烈) 한나라당 대표 등 30여명의 현역의원을 비롯해 5백여명의 하객이 참석했다. 신부 최윤주 씨는 부친이 부산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재는 결혼식장에 들어가려는 순간 최 대표가 도착하자 돌아서서 미소를 띄고 악수를 나누며 “바쁜데 뭘...”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최 대표는 이 전 총재와 대선 자금 등 현안에 대해서 의견을 나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결혼식장에서 정치 얘기하기는 적절치 않다”며 “(이 전 총재와의 대화는) 천천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결혼식에는 한나라당 관계자뿐 아니라 민주당의 김상현 의원, 청와대 유인태 수석 등이 참석해 축하의 뜻을 전했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정오에는 여의도 성당에서 자금 모집, 수수, 분배 과정에서의 실무 핵심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되는 이재현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의 딸 결혼식이 열렸다. 이 전 국장은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먼저 말을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것 같다. 나는 정치인도 아니고 실무자인데 정치적인 일에 말할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전 국장은 26일 오후 5시에 검찰 출두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후원금 모금 대상 기업 명단은 그동안 후원금 낸 기업들의 주소와 전화번호등을 모아놓은 것”이라며 “일부에서 얘기되는 그런 비밀명단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재정국장이 (돈의 흐름과 용처를) 모를리가 없다. 그러나 재정국장은 당에서 시키면 시키는데로 날라다 주고 하는 자리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편 이회창 전 총재는 지난 대선 때 최돈웅(崔燉雄) 의원의 SK자금 1백억원 수수 파문과 관련,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된 이후 적절한 시점에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재의 핵심 측근은 25일 “이 전 총재가 20일 입국할 때 이 사건과 관련, ‘그럴 리 없다. 문제 생겼다면 책임질 것’이라고 말한 만큼 계속 침묵하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이 측근은 “이 전 총재는 아들 수연씨의 결혼식이 끝나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간 회동 결과, 검찰의 수사추이를 지켜본 뒤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는 것을 보면 어떻게 할지 결정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 조기 사과론이 제기됐지만, 검찰의 수사가 진행중인 시점에서 입장을 발표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만큼 잘못 전달된 것”이라며 “두차례 대선후보를 지낸 정치지도자이자 정치선배로서 하고 싶은 말을 정치권과 국민에게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관계자는 “검찰수사가 어느정도 일단락 되고 선친 1주기가 끝나면 (입장표명)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강갑생·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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