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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반출 문화재 시민 힘으로 되찾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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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이라도 시민들이 마음을 모으면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기쁩니다."

일본에서 발견된 김시민(1554~1592)장군의 공신교서(功臣敎書) 환수운동을 성공리에 이끌어 낸 진주문화사랑모임 리영달(74.리칫과 원장.사진)대표. 그는 10일 진주성에서 진행된 '김시민 공신교서 안착 고유제'에서 초헌관을 맡아 그동안 후손들의 잘못을 고했다. "하필 김 장군의 공신교서가 일본에서 발견될 게 뭡니까. 너무 가슴이 아파 모금운동을 벌이자고 제안했는데 반응이 이렇게 뜨거울 줄은 정말 몰랐어요."

100여명의 회원들과 모금운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 5월 말 중앙일보 보도를 접한 것이 계기였다고 한다. 모금소식을 들은 시민들의 성금이 이튿날부터 답지하기 시작했다. 경상대 교수 332명이 1만원씩 모두 332만원을 내놓는 등 열흘 만에 1900여만원이 걷혔다. 진주시민들의 모금소식을 접한 '문화연대'가 가세하면서 전국적인 모금운동으로 확산됐다. 불과 두달여 만인 7월21일 목표액 1억2000여만원을 넘어섰다.

"해외에 반출된 우리 문화재가 국민 모금운동을 통해 국내로 돌아온 첫 사례입니다. 정부에만 책임을 돌릴 것이 아니라 민간 부문에서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지난달 7일 국회에서 '해외소재 우리 문화재 환수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을 발의하는 계기도 됐다. 이 법이 제정되면 까다로운 절차로 어려움을 겪는 해외문화재 환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진주문화사랑모임은 1996년에도 시민모금운동을 벌여 8000여만원으로 진주 망진산 봉수대를 세웠고, 진주기생과 걸인들의 독립만세운동을 해마다 재현하고 있다.

1604년 선조가 내린 이 공신교서는 임진왜란 3대 대첩의 하나인 진주성 싸움(1592년)을 지휘하다 순절한 김 장군을 선무(宣武)2등 공신으로 봉하고, 그 자손에게 상을 내린다는 내용의 공식문서다.

진주=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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