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남긴 내각제 전초전(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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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계파간 화음 못이룬 채 당위성 옹호 여/“순수내각제라면…” 맹공속 협상여지 야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벌어진 여야의원간의 내각제개헌 공방은 앞으로 계속될 내각제개헌 장기공방의 서막과 같았다.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민자당의 김용채의원은 내각제개헌의 필요성을 제기,개헌논쟁을 공식적으로 점화했고 김원기ㆍ이해찬(이상 평민)ㆍ김정길(민주)의원 등 야당의원들은 일제히 이의 부당성을 내세워 거부의 논리를 쌓았다.
민자당측에선 공화계의 김의원만 나서고 민주계측이 가세하지 않아 개헌에 관한 계파간의 미묘한 차이를 그대로 드러낸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었다.
이날 공방내용은 지난 16일 노태우대통령­김대중 평민당총재의 청와대회담에서 윤곽이 잡힌 내각제 논쟁의 연장.
김용채의원은 시대적 당위와 정치발전론을 묶어 이를 주장했고,야당의원들은 현 13대국회의 「개헌 무자격론」과 민자당의 내각제를 이원집정부제에 의한 장기집권음모라고 공세를 폈다.
민자당의 김의원이 내놓은 시대적 당위론은 지금의 대통령직선제가 민주와 반민주의 투쟁적인 정치대결구도의 산물이며 따라서 『미래지향적 정치구도와 헌정체제를 모색하는 게 시대적 필요성』이라는 주장.
그는 『「대통령은 내손으로 뽑아야 한다」는 감정적 차원과 정략적 이유에서 대통령제를 선호해 왔다』며 △국민화합 △정치사회 안정 △지역감정 해소 △남북통일에 대비한 정부형태를 채택해야 한다고 역설.
김의원은 『평균 2년마다 총리가 바뀌는 일본에서 본 바와 같이 대통령제보다 민의가 보다 충실ㆍ예민하게 국정에 반영되는 내각제를 선택할 때가 왔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맞선 야당의원들의 「개헌 무자력론」은 노정권과 13대국회가 대통령직선제를 핵심으로 한 6ㆍ29선언을 반영한 현행헌법에 의해 탄생됐다는 점과 3당통합으로 대표성을 상실했다는 것.
김원기의원은 『노정권은 대통령직선제가 핵심인 6ㆍ29선언에 존립근거를 둘 수밖에 없어 개헌을 거론할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고,김정길의원은 『3당합당으로 현 국회는 국민대표성을 잃어 개헌자격이 없다』,이해찬의원은 『여소야대 국회에서 3당야합으로 개헌의석을 확보해 자격이 없다』고 가세했다.
내각제가 장기집권기도라는 대목을 김원기의원은 『현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특정지역의 특정세력 내부에 차기 대통령후보로 내세울 마땅한 인물이 없어 대신 발상된 것』이라고 TK(대구ㆍ경북)의 장기집권음모라고 몰아쳤다.
민자당의 내각제안이 이원집정부제라고 단정한 이의원은 『내각제개헌을 하면 국방(합동군제) 정보(안기부) 사정(감사원) 통일(통일원) 관계기관을 대통령이 장악하고 그밖의 경제ㆍ사회ㆍ문화ㆍ보사분야만 총리가 관장하게 되며 이것이 바로 이원집정부제로 순수내각제가 아니다』고 하여 민자당 내각제개헌 플랜을 아예 이원집정부제로 못박았다.
이날 주목을 끈 것은 야당측이 민자당안을 이원집정부제일 것이라고 미리 규정,비난하면서 순수내각제는 수용할 수 있다는 듯이 말한 대목.
일부에서는 이것이 평민당에서 대여협상 여지를 남겨두려고 한 게 아니냐는 성급한 추측도 나왔다.
그러나 평민당측은 민자당의 김의원이 『야당도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당리를 떠나 국익이 어디 있는가를 생각하고 대화로 해결하자』고 우회적으로 협상을 제의한 데 대해 『내각제 개헌반대는 움직일 수 없는 당론』이라고 일단 전면거부했다.
이같은 여야공방에 대해 강영훈국무총리는 조심스럽게 『정치제도의 선택은 정치권에서 논의할 문제이며 행정부는 정치권의 결정을 성실히 집행할 뿐』이라고 태도표명을 유보하고 『최종적으로 국민의사에 따라 결정할 일』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다만 강총리는 『군구조 개편은 이원집정부제ㆍ내각제개헌설과 전혀 무관하다』 『내각제하의 안기부 역할을 따로 연구한 적이 없다』 『국가권력구조문제를 연구검토한 적이 없다』고 해명.
국회에서 이제 막 시작된 개헌논의가 앞으로 어떻게 번져나갈지 흥미롭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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