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대리를 좋아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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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동통신회사에 다니는 C(33) 대리는 올 한 해 헤드헌팅 회사로부터 다섯 번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그중 굴지의 대기업에 면접을 봐서 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기존 회사에서 그를 놔주지 않았다. "팀장 아래에 대리라곤 한 사람뿐인데 당신이 가면 누가 실무를 하느냐"며 과장 진급을 앞당겨 주겠다는 설득에 그냥 눌러앉기로 결심했다.

대리 몸값이 금(金)값이다. 경력 3~5년 된 대리급 직원들이 헤드헌팅 업체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취업 포털 커리어가 4년간 자사의 헤드헌팅 사이트에 올라온 경력직 채용 공고 9만여 건을 분석한 결과 대리급 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2003년만 해도 전체 채용 규모(2187명)에서 대리급(192명) 비중은 9%가 채 안 됐지만 올 9월 말 현재 대리급을 뽑겠다는 공고는 30%에 가깝다.

상대적으로 부장.과장 등 중간 관리자급 수요는 감소 추세다. 2003년에는 채용공고 10건 중 7건이 부장.차장.과장 등 관리자급을 뽑겠다는 것이었으나 지금은 10건 중 2건에 불과하다.

대리급을 선호하는 이유는 '경제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신입사원처럼 교육비가 들지 않으면서 연봉을 그다지 많이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헤드헌팅 회사 엔터웨이 파트너스의 배현정(35) 부장은 "4~5년 경력의 대리급 직원은 당장 현업에 투입돼 실적을 낼 수 있으면서도 연봉이 적어 비용도 크게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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