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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 인기작가] 11.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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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스웨덴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모르는 사람도 '삐삐 롱스타킹'은 알지 않을까. 주근깨 투성이에다 양 갈래로 땋은 머리는 옆으로 삐쳐 있고, 힘은 장사인 아이. 30대라면 TV 드라마 '말괄량이 삐삐' 방영 시간을 기다리던 어린 시절 추억 한자락쯤은 가지고 있을 터이다.(요즘 아이들은 '삐삐'를 케이블 방송에서 만화로 본다.) 책으로는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시공주니어) 등 세권으로 완역돼 나와 있다.

이번에는 94세를 일기로 지난해 작고한 린드그렌의 또 다른 작품 '재미있는 집의 리사벳'(논장)이 출간됐다. 원숭이 닐슨씨와 뒤죽박죽 별장에서 어른 없이 혼자 살던 삐삐처럼, '재미있는…'에도 장난꾸러기 꼬마 여자 아이 둘이 주인공이다. 엄마 반지를 저금통에 넣고, 아빠 자전거 열쇠를 빈 병에 넣는 등 무엇이든지 어디에 넣길 좋아하는 리사벳이 부엌 바닥에 굴러다니는 완두콩을 콧구멍 속에 밀어넣은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언니 마디켄에게 구원을 요청했지만 별 방법이 없어서 둘은 의사 선생님을 만나러 길을 떠난다. 그 도중에 두 아이는 자신들 못지않은 왈가닥 마티스.미아 자매와 싸움이 붙는다.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주먹을 날리고, 코피를 쏟고…. 역시 린드그렌다운 작중 인물들이다. 물론 이렇게 치고받고 싸운 아이들이지만 침대 머리맡에서 나쁜 말을 내뱉은 미아를 용서해 달라고 기도하는 착한 마음을 지녔다.

그런데 린드그렌은 여자 아이들의 강인한 면모에 유달리 관심이 많았던 듯하다. '산적의 딸 로냐'(시공주니어)에도 모험심 강한 여자 아이가 등장한다. 또 '사자왕 형제의 모험'(창비)처럼 상징이 뛰어난 팬터지 동화에도 장기를 발휘했다. 아이 같은 순수함을 잃지 않았다는 그의 작품은 발랄하면서도 따뜻함을 간직하고 있어 생명력이 길 것으로 보인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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