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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전직 대통령들과 북핵 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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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노무현 대통령이 10일 낮 전직 대통령들을 청와대로 초청, 점심을 같이하며 북한 핵실험 사태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왼쪽부터)과 전두환 전 대통령(오른쪽)이 오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안성식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펴고 노무현 대통령이 이를 계승한 포용정책을 펴다가 이런 상황을 초래했다. 두 대통령이 공개 사과를 해야 한다."(김영삼 전 대통령)

"햇볕정책을 통한 남북관계 발전은 제대로 해 왔고 성과도 있다. 북.미 관계가 안 돼 진전을 하지 못한 것이다."(김대중 전 대통령)

북한의 핵 실험 발표를 놓고 두 전직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책임 공방을 벌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조언을 구하기 위해 마련한 오찬 회동에서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등 여야 5당 대표.원내대표들과 조찬 간담회도 가졌다.

◆ 전직 대통령 오찬회동

김대중(DJ).김영삼(YS).전두환 전 대통령이 참석했다. 최규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은 건강 문제로 불참했다. 청와대 초청 행사에 DJ와 YS가 함께 참석한 건 현 정부 들어 처음이다. 다음은 발언록 요지.

▶전 전 대통령=핵 실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북한이 핵을 보유했다는 전제하에 대처하는 게 맞다. 비대칭전력의 불균형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전작권 환수 문제도 상당 기간 유보해야 한다고 본다.

▶YS=햇볕.포용정책은 공식 폐기 선언을 해야 한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 등 대북사업도 전면 중단돼야 한다. 철저한 한.미 동맹을 유지해야 하며, 전작권 단독행사 논의와 한미연합사 해체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

▶DJ=당면 문제는 북한 핵을 해체시키고 북한이 더 이상 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대책을 세우는 일이다. 미.북 간에 대화를 해야 한다. 유엔 결의가 중요하고 미.중.일.러 등 4대국과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 우리가 제재에 앞장설 필요가 없다.

▶노 대통령=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한.미 동맹을 기초로 해 국민의 불안.동요가 없도록 상황을 신중하게 관리하겠다.

회동이 끝난 후 YS는 상도동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뒷얘기를 전했다. 그는 "이번 일은 노 대통령이 물러나야 할 엄청난 사안이지만, 김대중씨와 노 대통령이 공개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두 정권이 북한을 너무 미화시켜 국민이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게 한 게 가장 큰 죄악"이라고 주장했다. YS는 그러면서 "김대중씨가 김정일을 만나고 왔을 때 내게 '한반도에 평화가 왔다. (북한은)미군 철수도, 국가보안법 폐지도 요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이 거짓말하거나 김정일이 거짓말한 것'이라고 했다. 결국 김정일이 거짓말한 것이다. 무슨 평화가 왔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회동에서 노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들의)의견들이 다르니까 세 분을 따로따로 초청하겠다"고 말했고, 자신이 "(대통령 임기)1년 반밖에 안 남았다. 내 경험으로 보면 1년 반 금방 간다"고 말했다는 대화 내용을 전했다.

◆ 여야 지도부 조찬 회동

노 대통령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문제와 관련해 "핵 실험 발표 후 어떤 영향이 있는지 전문가들과 다시 한번 꼼꼼히 챙겨 보겠다"며 "방침을 변경하겠다는 게 아니라 새로운 상황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 연구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정부 사과, 내각 사퇴 요구에 대해 그는 "전장에서는 말을 갈아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며 "긴박한 상황을 정리한 후에 부분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대답했다. 다음은 발언록 요지.

▶한나라당 강 대표=내각 사퇴가 당장 안 되면 통일안보라인만이라도 문책해야 한다. 전작권 환수 논의를 중단 또는 이양 시기를 늦춰야 한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북.미 간 직접 테이블을 만들어야 한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은 중단돼선 안 된다. 포용정책을 포기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남북 총리급회담 등 새로운 대화채널 가동이 필요하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햇볕정책은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유지하는 방안을 강구해 달라.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남북 정상이 만나야 될 상황이다.

▶국민중심당 신국환 대표=금강산.개성공단 사업은 중단하면 득보다 실이 많다.

▶노 대통령=북한 핵실험 결과로 포용정책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건 사실이나 포용정책이 핵실험을 가져왔다는 지적은 따져봤으면 좋겠다. (남북 정상회담은)6자회담이 지지부진할 때 유용한 마지막 해결 카드였다. 이제 핵 실험이 이뤄진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통해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새로운 상황에서 새롭게 검토해 보겠다.

남궁욱.신은진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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