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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국회 “시계 흐릿”/150회 임시국회 전망과 여야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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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내각제ㆍ군조직법ㆍ「광주」 건마다 맞서/민자 대화안될 경우 「거여」로 돌파/평민 선명성 보일 강경투쟁 별러
한달간의 회기로 18일 개막된 1백50회 임시국회는 나라안팎 사정이 매우 중요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초반부터 공전이 예상되는등 전망이 순탄치 않다.
이번 국회는 민자당이 3당합당후 내부체제를 정비한 후 사실상 처음으로 맞는 것이고 내각제 추진의 정치일정과 미묘하게 얽혀 있어 앞으로의 정국운영과 여야 위상정립에 전초전의 성격을 띠고 있다.
민자당으로서는 3당통합에 따른 갖가지 부작용과 시련을 넘어 통합체제의 안정을 위한 새로운 정치질서로 향하는 고비를 맞고 있으며 평민당으로서도 거여에 대항할 제1야당으로서 야권을 주도해야 할 위치를 굳혀 나가야 할 입장이다.
그러나 이미 이번 국회의 풍향을 가늠하는 16일의 노태우대통령과 김대중평민당총재간의 청와대회담에서 중요정치사안에 대해 현격한 시각차를 보였고 이에따라 평민당이 강력한 대여 투쟁결의를 다짐으로써 여야관계가 경색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평민당은 16일 여야 총재회담이 끝난 뒤 이날 저녁 국회에서 당무지도위원및 소속의원연석회의를 열어 임시국회대책을 논의,청와대회담 결과 집권여당의 국정운영이 반민주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결론을 내리고 『선명야당으로서의 강력한 대여투쟁』을 선언했다.
이에대해 민자당은 대화와 타협에 최선을 다하되 끝내 타협이 불가능할 경우 중요하고도 시급한 법안은 표결로써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굳히고 있어 충돌이 예상된다.
16일 청와대회담에서 노대통령이 밝혔듯이 내각제개헌 추진을 예정하고 있는 민자당은 「거여」의 힘을 과시,정국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각오다.
이에 평민당은 18일 국회개회만 약속했을 뿐 상임위원장 배분,당 대표연설보장등을 이유로 19일이후의 의사일정에는 합의를 해주지 않음으로써 회기초반을 「하루살이 국회」로 끌고가든지,혹은 공전시킬 전략을 짜고 있다. 특히 평민당으로서는 새로 창당된 민주당이 원내에서 강공전략으로 선명성을 내걸 것으로 보고 국회의 대결국면을 선도하겠다는 생각이다.
민자당은 이번 국회에서 ▲노대통령의 한소 정상회담등 외교적 성과를 토대로 통일북방정책의 초당적 지원체제 구축 ▲광주관련법처리와 광주특위ㆍ5공특위 등의 해체로 5공의 과거문제를 청산하며 ▲국가보안법등 개혁입법은 타협을 향한 전향적 의지를 보여주고 ▲1조9천8백억원규모의 추경예산과 민생법안을 처리한다는 기본입장을 설정했다.
민자당은 정치적 쟁점들을 교통정리해 ▲광주보상법ㆍ국군조직법ㆍ남북 교류촉진법 등은 여야합의가 불가능할 경우 이번 회기내 표결처리하고 ▲국가보안법ㆍ안기부법 등은 한반도 주변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남북한간의 관계가 과도기에 있는 만큼 조급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신중을 기하는 한편 ▲지자제관련법은 선거를 전제로 하는 것인 만큼 여야합의를 도출할 때까지 미룬다는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
이에대해 김대중평민당총재는 16일 청와대회담후 민자당의 임시국회작전을 분석,현 정권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 관철시키려는 것은 광주관련법과 국군조직법뿐이고 국가보안법ㆍ안기부법ㆍ지방자치제 선거법ㆍ경찰중립화법 등은 손도 안댈 것이라고 예상했다.
평민당은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광주관련법은 당론에 따라 적절히 대처하고 ▲국가보안법은 대체입법토록 하며 ▲지자제에 대해서는 당운을 걸고 철저히 싸우되 ▲국군조직법은 문민정치에 위배되므로 절대 저지한다는 방침을 정리했다.
이같은 민자ㆍ평민의 입장과 전략을 분석해 볼때 최대의 쟁점과 격돌이 예상되는 것은 국군조직법ㆍ광주보상법 등과 광주특위등의 해체다.
평민당측은 여당이 이들 법안을 통과 강행하려 할 경우 지난주 구성된 의원 38명으로 된 특별대책반을 중심으로 『기동성있고 융통성있는 대처』(단상점거)를 계획하고 있다.
민자당은 국군조직법은 이미 야당의사를 대폭 받아들인 것이며 이미 이를 예정하고 군조직개편을 검토중이어서 꼭 통과시킬 생각이다. 광주관련법은 어떤 대안을 내놓더라도 평민당측이 선뜻 응해줄리 없고 내심으로는 민자당이 표결이라도 처리해 줄 것을 바라고 있을 것으로 판단,약간의 손질을 거쳐 통과시킬 예정이다.
민자당은 광주법만 통과되면 광주ㆍ5공특위와 양대 선거부정조사특위,지역감정특위 등 이른바 5공특위등을 모두 해체시켜 5공문제는 이번 국회로 매듭지을 생각이다.
이번 국회 대정부 질문의 가장 중요쟁점은 의원내각제문제가 될 것이다. 노대통령이 16일 청와대회담에서 몇가지 단서를 달기는 했으나 개헌의 뜻을 분명히함으로써 민자당은 내년초 본격 논의ㆍ추진을 위한 사전홍보등 정지작업을 진행할 것임에 반해 평민당은 「3당야합의 실체」를 국민들에게 극명하게 보여주는 내각제 저지를 위한 갖가지 정치공세를 펼 것으로 보여 내각제개헌 공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국회가 이처럼 내각제등의 정치문제가 중심이 되고 야당의 선명성 경쟁으로 파행으로 치달을 경우 물가ㆍ부동산문제 등 민생문제가 그 그늘속에 묻혀 실종될 우려도 있다.<박병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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