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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발칸3국ㆍ중동에 긴장 고조(뉴스파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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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공산당 재집권반대 격렬 시위/이스라엘 새정부 초강경 “불씨”… 미서도 불만 표시
전통적으로 유럽의 화약고로 일컬어지고 있는 발칸반도와 중동지역에 다시 긴장이 감돌고 있다. 같은 동구권국가이면서도 폴란드ㆍ헝가리ㆍ체코ㆍ동독등 중부유럽국가들은 자유선거를 통해 비공산정권을 순조롭게 출범시켰으나 루마니아ㆍ불가리아ㆍ유고등 발칸국가에선 공산당의 재집권에 항거하는 민중시위가 지난 1주일동안 치열하게 계속됐다.
지난 13일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반정부시위군중과 경찰간의 충돌로 1백명이상의 사상자가 발생,악화되기 시작한 사태는 14일 정부가 10만여명의 광원들을 동원해 무차별진압작전에 나섬으로써 더욱 어려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시위군중들의 타도목표가 되고 있는 일리에스쿠루마니아 대통령은 『이번 사태가 합법적인 선거로 국민들에 의해 선출된 지도부를 제거하기위한 조직적인 음모의 일환』이라고 몰아붙이면서 강경진압작전에 나서고 있지만 사태는 계속 혼미중이다.
공산당 집권이후 44년만에 10일 실시된 첫 자유선거에서 사회당(구공산당)이 승리함으로써 발생한 불가리아의 반정부시위도 「반공산당」이라는 점에서는 루마니아의 시위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두나라 모두 시위명분은 선거부정을 들고 나왔지만 실제 선거자체는 비교적 공정했다는 것이 외국선거감시단의 평가여서 국민들의 전폭적인 호응을 얻기에는 아직 분위기가 성숙되지 않은 것같다.
유고슬라비아의 사태는 루마니아나 불가리아와는 다소 상황이 다르다. 그러나 자유선거를 거부하고 공산당이 계속 집권하고 있는 유고 최대의 세르비아공화국에 대해 공산당퇴진과 다당제자유선거의 실시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반공시위의 범주에 속한다고 보겠다. 이들 3개국의 진통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것같은 전망이다.
비교적 소강상태를 유지해오던 중동사태는 지난 11일 이스라엘에 초강경우익의 이츠하크 샤미르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갑자기 불길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조짐은 샤미르 정부가 소련출신 유대인들의 이스라엘 점령지 정착문제등에 있어 초강경입장을 취할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특히 새 연립내각에는 대아랍 초강경파로 알려진 데이비드 레비,아리엘 샤론,이츠하크 모다이등이 포함돼 있는데다 지난 82년의 레바논 침공때 수백명의 민간인을 학살한 것으로 알려진 샤론전국방장관이 유대인 정책을 전담할 주택장관을 맡아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등 주변아랍국들과의 충돌 가능성을 더욱 짙게 하고있다.
항상 이스라엘과는 우호적 관계를 맺어온 미국마저 샤미르정부의 출범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명하고 있어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발칸 및 중동 사태와는 대조적으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바르샤바조약기구로 대표되는 동서양진영의 군사동맹은 불가침조약체결설까지 나올 정도로 해빙의 길을 계속 질주하고 있다.
한때 내전의 위기로 까지 치닫던 소련의 발트3국 독립문제는 고르바초프대통령이 당초의 강경입장에서 일보후퇴,지난 12일 발트3국 지도자들과 연석회담을 가짐으로써 풀리기 시작했다.
크렘린당국은 이 회담을 계기로 발트국들에 대한 경제제재조치를 완화하기 시작했고,특히 각공화국의 정치ㆍ경제적 독립을 획기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느슨한 주권국가연합」안을 고르바초프대통령이 제안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새제안이 미국과 같은 연방국가인지,아니면 92년 통합될 EC와 같은 것인지 현재로서는 가늠할 수 없지만 이미 실무연구팀까지 구성된 것으로 보도돼 곧 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흥길외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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