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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김1박(정치와 돈:12)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판공비 월 3천만원 “그래도 모자란다”/YS 지난달엔 꽃값만 1천4백만원/JP “안쓰기작전” TJ 자금력 막강(주간연재)
「▲식사(기본) 3만×56=1백68만원,1만×34=만원 ▲칵테일ㆍ후식 등=41만원 ▲기타=15만원 ▲세금(10%) ▲봉사료(10%) ◇총 3백24만원.」
지난 13일 낮 여의도 전경련회관 D중국음식점에서 있었던 김영삼대표최고위원 주재 민자당 원외지구당위원장 오찬의 식비명세서. 김대표는 이날 오전 당사에서 열린 원외지구당위원장 회의의 참석자들을 격려하고,얼굴 익히기를 위해 이 자리를 마련한 것.
이날 원외위원장 40여명등 참석자들은 3만원짜리 음식을 먹었고 옆방에 대기중인 보좌관ㆍ비서들은 1만원짜리가 제공됐는데 워낙 당이 덩치가 커 단합대회다 뭐다 해 점심 한번 그럴싸하게 먹는데만 3백만원대 수준인 것이다.
이것이 요즘 김대표를 비롯,김종필ㆍ박태준최고위원 등 민자당수뇌부 돈 씀씀이의 한 단면이다.
물론 이 비용은 당사무처에서 지원하는 「판공비」에서 처리된다.
현재 당에서 이들 세 최고위원에게 공식지급하는 판공비의 규모와 사용내용은 철저히 대외비에 부쳐져 있는데 1인당 한달 3천만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정도 액수면 행정부의 장관(사업부처 1천5백만원,비사업부처 5백만원 수준)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이지만 정치판이란 게 돈 사용처가 하도 여러군데여서 모자랄 수밖에 없다는 것. 하긴 평의원들도 제대로 돈을 쓰려면 한달에 적어도 1천만원정도 든다는 것과 비교하면 결코 흡족한 액수가 아닐 수도 있다.
김대표의 경우 5월 한달 외부활동의 기본인 ▲경조사에 꽃보내기(1천4백만원) ▲음식점ㆍ호텔식사(2천8백만원)에만 모두 4천2백만원을 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두가지 대목에서만 판공비보다 40%이상이 든 셈.
외형상 김대표의 씀씀이 규모가 상당한 듯하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구석이 있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우선 「체면유지비」인 꽃값은 김대표의 품위에 맞게 보내주려면 화환ㆍ화분ㆍ난 할 것 없이 10만원정도이며 3단짜리(3m) 화환 최고급은 15만원수준. 대충 하루에 「축 김영삼」 「근조 김영삼」 표식을 단 꽃을 보낼 경조사가 3∼5건은 된다는 것이며 한달이면 가볍게 1천만원이상에 육박한다는 것.
음식비의 경우 김대표가 소련 말리극장의 방한공연을 관람(5월17일)하고 공연장인 호암아트홀에서 극단의 배우ㆍ연출자 등 1백여명을 위해 호텔출장연회부에서 꾸민 리셉션을 베풀면서 3백만원정도 쓴 것이 그달 최다 소요액.
호텔의 음식비가 많이 들어 평소 잘가는 성북동 국시(국수)집을 김ㆍ박최고위원회동때 이용하고 이곳에서 강영훈총리와도 만났지만 자주 이용할 수 없고 행사는 많아 이래저래 늘어나는 비용에 고민.
그러나 당에서 공식적으로 나가는 이 돈은 김대표가 쓰는 자금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
꽃값ㆍ음식비이외에도 기본적으로 김대표가 따로 마음써야 할 곳들이 있기 때문. 소속의원들의 지구당개편대회등 활동비를 별도로 챙겨줘야 하며 특별한 경우 지원금도 준비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
김대표 비서팀이 「관리」하는 사회 저명인사층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하며 비서팀 자체의 운영비도 김대표 자신이 신경을 써야 할 일.
현재 김대표 비서실 인원은 경호팀까지 합해 20명정도인데 당의 공식발령받은 4명과 국회발령 3명(보좌관ㆍ비서)을 뺀 13명에 대해선 활동비 명목의 월급을 별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밖에 교사들과의 대화,서민층과의 만남,여러 유형의 현장 간담회를 마련할 때 수시로 「금일봉」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결국 이런 여러군데 소요비용은 판공비를 빼놓고 김대표가 조달한 자금창구를 통해 처리되는 것으로 관측.
김대표가 당의 간판으로 처신하려고 애쓰는 움직임에 비해 활동반경을 스스로 줄이고 있는 김종필최고위원은 판공비 규모안에서 꾸려 가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나 『너무 빡빡하다』고 비서진이 토로.
김최고위원 자신이 최근 꽃을 안보내는 조항을 의원윤리강령에 넣자고 제안한 적이 있었던 탓인지 비서팀에서 꽃보내는 데 상당히 깐깐하다는 평.
민정계의 모의원이 「JP 화환」이 행사에 필요하다고 해 김최고위원의 청구동집에 있는 난에 리번을 붙여 보낸 경우도 있을 만큼 외부적으로 경조사 비용 줄이는 인상을 주는 형편.
노태우대통령으로부터 민정계 중간관리역의 임무를 부여받은 박태준최고위원측에선 되도록 당에서 가져다 쓰는 경비는 판공비 규모를 넘기지 않고 있지만 그것은 외부자금 동원능력이 막강하기 때문.
포철회장을 겸하고 있어 나름대로 자금동원은 자유로운 편인데 지나친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자제하고 있으나 민정계에 대해선 은근한 지원이 있지 않겠느냐는 추측들.
앞으로 당내 최대계파인 민정계를 끌고 가기 위해선 결국 의원들의 살림살이 지원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는 것으로 당의 많은 사람들은 주시.
박최고위원은 조용히 자신의 역할만을 하고 있는 것처럼 자금지원도 대표다음 최고위원으로서의 위상에 맞게 조용히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민정계의 구심점으로 본격 움직여가면 상당한 자금력을 동원할 것이라는 관측들.
2백18명의 의원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 거여 민자당으로선 이들 세 최고위원의 씀씀이를 나름대로 절약해 잡고 있는 셈인데 세 최고위원의 보이지 않는 자금 동원실력도 정치력에 한몫을 단단히 하는 인상이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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