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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도 보는 정치(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그야말로 올 것이 온 것 같다. 인플레이션은 단순한 경제문제를 넘어 그 사회의 병증을 나타내는 신열과 같다. 우리 몸의 온도가 섭씨 37도를 넘으면 병이들었다는 증거이듯이 물가가 두자리 숫자의 비율로 오른다면 그 나라 경제 역시 병이 들었다는 신호다.
인플레이션이라는 병은 왜 걸리는가. 한마디로 설명하면 그 나라의 경제를 안정되게 움직이는 데 필요한 돈(통화수요량)보다 상대적으로,그리고 지속적으로 훨씬 더 많은 돈이 굴러다니면 자연 돈값이 떨어져 물건값은 뛰어 오를 수밖에 없다.
원래 전쟁이나,혁명같은 것이 일어나면 돈 쓸 일은 많고 세금은 거둘 수 없고 결국 돈을 마구 찍어내게 된다. 경제정책이 잘못되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이다.
인플레를 막는 길은 우선 인플레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똑똑히 아는 데서부터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인플레아래서는 기업들이 투자나 사업확장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가만히 있어도 물건값이 오르고 또 물건이 없어 못파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한때 휴지가 귀해 동내방내 찾아 다녀야 했던 시절도 있었다. 기업이 사업을 늘리지 않으면 실업자가 늘어난다.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사회불안 현상이다. 룸펜이 많은 사회가 어떻다는 것은 우리가 신물나게 경험한 일이다. 봉급생활자들은 월급이 올라도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 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데 봉급생활자는 계단으로 걸어올라가자니 숨이 찰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이래저래 좌절감에 빠진다. 또한 빚없이 근면,성실하게 산 사람들은 손해를 보고 빚쟁이들은 오히려 득을 본다.
채금과 물가가 서로 올리기 경쟁을 벌이기 시작하면 그 악순환은 걷잡을 수 없다. 지금 남미에서 그런 현상을 보고 있지 않은가.
인플레이션은 정치,경제는 물론 그 사회의 도덕적 체계까지도 망가뜨린다. 인플레로 인한 쿠데타가 일어난 예는 역사상 부지기수다.
자,우리는 지금 남의 말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우리의 코앞에도 12∼13%의 인플레가 닥치고 있다. 「북방」도 좋지만 국민들의 발등도 내려다보는 정치를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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