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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시' 작가 루슈디 미국 대학 강단에 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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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소설 '악마의 시'로 이슬람권의 공적이 된 인도 출신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59.사진)가 미국 대학 강단에 선다. 미국 애틀랜타 에모리대학은 루슈디를 5년간 문학교수로 채용했다. 루슈디는 10여 년간의 도피 생활을 청산하고 미국에서 본격적인 외부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2007년 봄부터 강의를 하게 될 루슈디는 감사의 표시로 자신이 보유한 작품과 서적을 에모리대학 도서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이란 당국으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은 뒤 자신의 고단했던 삶을 기록한 일기와 미출간 소설, 작품 원고, 노트, 편지, 사진 등이 기증품에 포함된다. 대학 측은 이를 일반에 공개하고 학자와 학생들에게 연구자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 대학의 제임스 와그너 총장은 6일 "루슈디는 우리 세대의 최고 작가 중 한 명일뿐 아니라 용기 있는 인권과 자유의 투사"라고 높이 평가했다.

인도 뭄바이의 한 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난 루슈디를 17년간 영국과 미국에서 도피 생활을 하게 한 것은 1988년 출판한 소설 '악마의 시'였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을 졸업한 루슈디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은 결국 그를 이슬람권의 '처형 대상'으로 만들었다.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을 결합한 이 소설은 '코란의 일부는 알라가 아닌 악마의 말이었다'고 언급했다.

이슬람의 창시자 마호메트를 빗대 설정한 '마호운드'라는 인물이 등장하고, 알라 이외의 신은 인정하지 않아야 할 마호메트가 여신은 인정한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마호메트의 12명의 아내가 창부로 설정돼 남자를 유인한다는 등의 이야기도 나온다.

이 소설은 유럽에서 문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중동권에서는 이슬람을 모독하는 행위로 여겨져 격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89년 이란의 이슬람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호메이니는 그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고 100만 달러(약 9억5000만원)의 현상금을 걸기도 했다.

루슈디는 영국으로 피신했고, 이란은 그를 보호하는 영국과 외교관계를 끊기도 했다. 영국경찰의 보호 속에 런던에서 숨어 지내던 루슈디는 2002년 미국 뉴욕으로 거처를 옮겼다. 대외 활동을 꺼리던 도피기간 중에도 집필 활동을 계속했다. 최신작인 2005년의 '광대 샬미르'를 포함해 9편의 소설을 썼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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