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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대희칼럼] 여성 발기설의 진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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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업 초기의 일이다. 클리토리스를 싸고 있는 포피에 심한 염증이 생겨 중요한 부분이 기형이 된 여성이 있었다. 그것은 결혼을 앞둔 그 여성에게 큰 고민거리였다. 그런데 병세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환자에게 클리토리스라고 설명했더니 어떤 부분인지 모르는 눈치였다. 영어라서 모르는가보다 하고 음핵이라고 설명했는데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해부학적 명칭도 모르는 것이 여성들의 현실이니 그 생리작용을 안다는 것은 지나친 요구일지도 모른다.

그 대표적인 예가 클리토리스 발기설이다. 여성이 성적으로 흥분하면 클리토리스도 남성의 페니스처럼 꼿꼿하게 발기한다고 알고 있는 남녀들이 뜻밖에도 많다. 클리토리스가 페니스의 상동기관이므로 그런 추측을 하는 것이리라. 여성이 성적으로 흥분하면 클리토리스 속에 들어있는 해면체 속으로 유입되는 혈액의 양이 많아져 그것이 충혈, 팽창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클리토리스는 페니스처럼 단단하게 발기될 수 없다. 자동차 타이어가 무거운 짐을 견뎌낼 수 있는 것은 튜브 속에 주입된 공기가 마냥 팽창하지 않고 압력만 높아지도록 견제하는 단단한 고무로 만든 타이어가 외부를 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타이어 노릇을 하는 것이 백막이란 질긴 조직인데 클리토리스에는 그것이 없다. 그래서 단지 조금 커진 듯한 느낌을 가질 정도로만 커지는 것으로 그친다.
현대 성의학의 대가 매스터즈와 존슨 두 박사는 여성을 성적으로 흥분시켜 놓고 실제로 클리토리스가 얼마나 커지는가를 예의 관찰했다. 그 결과 클리토리스의 팽창을 육안으로 확인 가능했던 여성은 전체 조사대상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한국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라면 이보다 훨씬 낮은 수치가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이 클리토리스를 가만히 살펴보면, 적절한 자극에 의해 성적으로 흥분이 고조되어 어느 단계에 이르면 신기하게도 더욱 안쪽으로 숨어버린다. 즉 성적 흥분이 최고조에 이르면 클리토리스는 질구에서 멀어져서 치골 쪽으로 틀어박히게 된다. 이런 상태가 되면 클리토리스는 아주 작아져서 얼핏 보면 아주 없어진 것처럼 보인다. 마치 마술사 옷깃에서 사라지는 카드를 보는 것과 같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성적 흥분의 고저에 따라서 클리토리스도 드러나거나 숨는 숨바꼭질을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다가 오르가슴에 이른 다음 해소기에 들어가면 그때까지 성적 자극에 의해 형성되었던 국소혈관의 충혈도 자연히 사라져 버리고, 외음부에 숨어있던 클리토리스가 음순을 비집고 그 교교한 자태를 드러낸다. 여성의 성적 흥분의 양상은, 질을 통해 성적 자극을 받고 싶어하는 여성과 클리토리스 자극을 희망하는 두 부류가 있다는 사실이다. 유럽식으로 여성의 기분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며 성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은 클리토리스형 여성이 궁합에 맞는 편이지만, 페팅이나 대화 없이 성급한 도킹을 이루려는 남성에게는 질을 통한 자극을 원하는 여성이 궁합에 맞다.

이런 사태는 일상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화류계 세상을 경험해본 플레이보이라면, 여체 안으로 페니스를 밀어넣으려 할 때 여성이 ‘아직 안 된다’고 거부하는 여성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여성 가운데는 클리토리스 자극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일단 삽입하면 어떤 체위, 어떤 움직임으로도 일단 안쪽으로 숨어버린 클리토리스가 직접 자극받는 것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손에 의한 자극을 추구한다. 결국 기호에 따라 다르게 취급해야 성공적인 섹스를 달성할 수 있다는 말이다.

여성에게 너무 밀착하면 치골이 클리토리스를 압박, 여성에게 커다란 만족을 준다는 통념도 사실이 아니다. 이런 방법으로는 상대 여성의 치구 부위를 강하게 눌러 도리어 불쾌감을 유발할 뿐이다. 이와는 반대로 클리토리스에 대한 페팅을 좋아하지 않는 여성의 경우라면, 서둘러 질 속으로 페니스를 삽입, 피스톤 운동을 도모하는 것이 좋다. 클리토리스 자체보다는 배면신경의 브렌치에서 성적 감각을 느끼는 여성에게는 클리토리스에 대한 애무가 방해가 되는 수가 있는 것이다.

곽대희 피부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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