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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로 가는 길」 우회로 개척/노­고르비 회담 결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북한 개방압력… 한반도판 「2+4」 설계
노태우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간의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간 공식수교의 길을 열어놓은 동시에 통일문제에 대한 구체적 작업이 착수되었음을 의미한다.
비록 수교의정서는 교환되지 않았으나 미수교국 정상간에 직접 회담이 이뤄져 수교합의가 있었고 쌍방이 제3국이 아닌 자국내에서 만나기로 한 것은 2∼3개월내의 수교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2차대전후 냉전체제의 마지막 유산으로 유일하게 남아있는 분단지역 한반도에서 동서화해분위기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세계외교사에 한 획을 그었으며 또한 통일여건조성을 목표로한 우리 북방외교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음을 실증했다.
또한 세계공산주의의 종주국이며 북한의 핵심 지지세력인 소련과의 관계를 우리의 주도로 정상화한 것은 미ㆍ일ㆍ중ㆍ소 등 4강 세력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물린 동북아 세력균형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이끌 발판을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3일 배포한 공산당원용 간행물 「참고소식」에서 이번 회담을 『분단된 조선반도의 대결상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회담』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이 한미,한일,한중관계에 모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하는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공산당의 이같은 자체분석은 중국자신이 우리와 관계개선을 해나갈 수밖에 없다는 스스로의 판단을 비친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중소 정상회담을 통해 소련과의 관계를 정상화시킨 바 있어 한반도 긴장의 원인이 되고있는 북한문제등에 대해 소련과 협의해 조심스런 태도변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들면 곧 중국에서 열릴 중소 경제무역협력위원회에서 한반도문제에 관해 양국간 협의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만약 중국까지도 대한관계에 신축성을 가속화한다면 동구권을 시발로한 우리의 북방외교도 마무리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노대통령이 5일 정상회담이 끝난 뒤 『지금 평양으로 가는 길은 막혀 있어 모스크바와 북경을 통해 평양으로 가는 우회로를 택할수 밖에 없다』고 한 말을 음미해볼 가치가 있다.
동북아의 세력균형이 이같이 우리측에 유리하게 진전되면 북한은 대남적화통일노선을 더이상 고집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개방 대화정책으로 나오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우리측의 기대다.
북한이 당장은 손성필주소대사를 급거 귀국시켰고 대리대사급으로 대소관계를 격하시킨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지만 대소 의존도로 보아 소련과 단교나 대립상태로 가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또한 기존 우방과의 관계를 긴밀히 유지하면서 성사시켰다는 점이 성과를 더하게 한다.
노대통령은 7일(한국시간) 부시 미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이번 한소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미국의 이해와 협조를 구할 방침이다.
미국은 특히 한소관계가 정상화돼도 북한이 테러리즘 포기ㆍ핵안전협정 가입 등을 이행치 않으면 북한과의 관계가 진전될 수 없다고 밝히고 우리 정부노선에 따른 대북 개방압력 정책유지를 천명하고 있다.
일본측은 이번 회담을 환영하면서도 한소 관계정상화와 때맞춰 북한과의 관계를 진전시켜 가겠다는 입장이어서 북한의 개방유도를 위해 우리와 협의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우리의 통일정책 접근에 큰 장애를 조성하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볼때 이번 한소 정상회담은 남북통일의 이정표를 만든 것이고 통일이 결코 먼 얘기가 아님을 실감케 해주었다.【샌프란시스코=조현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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