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칼럼니스트 조지 욀 WP지 기고문|철저한 계획경제 포기 않는한 민생문제근본적 해결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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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칼럼니스트인 조지 F윌은 최근 워싱턴프스트지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고르바초프의 개혁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고르바초프의 개혁정책이『포장만 그럴듯한 속빈 강정』이라고 혹평하고 소련내부의근본적인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다음은 윌의 기고문을 요약한 것이다.
【편집자주】
현재 소련이 추진하고 있는 페레스트로이카는 차리즘의 부활을 가져왔을 뿐이다. 대통령에 대한 모독까지 범죄로 처벌되는등 모든 권력이 대통령 1인에게 몰리고 있다.
고르바초프의 경제개혁은 공산주의에 대한 비판과 사회주의 계획경제에 대한 집착이 기묘하게 뒤섞인 것이다. 고르바초프는 최근 「통제된 시장경제체제」로 가는 5개년계획을 발표한바 있다.
그러나 말로만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한다고 하지만 이는 마치 과거의 「참된 사회주의로의빛나는 전환」이라는 케케묵은 슬로건을 연상시킨다.
러시아의 가장 위대한 개혁주의자로서 열렬한 서구예찬론자였던 표트르대제의부기를 읽어보면 오늘날 소련이 지고있는 「국가적 무력감」의 무게를 짐작할수 있다.
『뇌물과 횡령은 러시아 공직사회의 전통이다. 관리의 봉급은 극히 적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뇌물을 받아 삶을 꾸려가는 것이 당연시됐다. 표트르대제는 국민을 위협하고 회유하고 설득하는등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으나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로버트 매시저 『표트르대제』)
미하버드대 러시아연구소장 애덤 울람박사는 오늘날의 소련이 러시아역사의 산물인 것만큼 공산주의원리의 산물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비판하면서 평등주의의 전통으로 인해 소련인들이 스탈린식 집단화를 받아들인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울람교수는 소련인들이 무력으로 진압될때까지 완강하게 집단화를 거부했으며 침묵을 강요 당한 뒤에도 비록 수동적이나마 끈질기게 저항을 계속해왔다고 주장한다.
소련농민들이 토지 분배받기를 주저하는 이유는 자신의 운명을 책임지기 두러워하기 때문이 아니라 스탈린 치하에서 그들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들이 겪었던 「악몽」 때문이다.
레닌의 신경제정책(NEP)이스탈린에 의해 일방적으로 폐지되자 NEP에 참여한 농민들은 참담한 대우를 감수할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 고르바초프의 「불장난」은 과연 어떤 양상을 띨 것인가.
페레스트로이카를 소리 높여 외친지 이미 5년이 지났으나 사람이 먹을 빵을 돼지에게 먹이는 작태가 기금껏 계속되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가격인상을 계획하고 있으나 지지부진한 5개년계획으로 결국 정부가 모든일을 결정하는 국가계획경제로 복귀할 수밖에 없다.
어처구니없는 폭력을 종식시키고 법치원칙을 확립하는 탈스탈린화는 비교적 용이한 작업이다. 그러나 권력의 1인집중화를 포기하는 탈레닌화는 소련에서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은 상태다.
『1917년 우리는 공산주의가 러시아를 삼켜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러시아가 공산주의를 삼켜버리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한소련지식인의 말은 오늘날 소련의 모순을 정확하게 꼬집은 의미있는 비판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워싱턴포스트=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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